정치판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하루아침에도 바뀌는 것은 그리 놀랄 얘기만도 아니다. 본보가 보도한 남경필 도지사의 경우도 여기에서 멀지않다. 그는 사실상 얼마전만 해도 자유한국당에서 바라보자면 배신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로 확정됐고 인물난에 목말라 하던 아니든간에 한국당은 남 지사만 믿고 가야할 처지에 있다. 많은 여정이 그에게 있었다. 이미 어제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9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현 남경필 지사의 전략공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늘 최고위원회의 공식 발표만 남아있게 됐다.

예상은 했지만 1월초 한국당에 복당한 남 지사 자신이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한 얘기는 6월 선거까지 이어질 듯 하다. 만만치 않은 민주당 후보군은 한 사람만 빼고 거의 역부족으로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한국당이 자초한 결과지만 남 지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박종희·김용남 전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중간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결국 홍준표 대표를 향한 날선 발언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경기지사 후보를 전략공천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깜도 안 되는 당 대표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유한국당을 최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고 수위가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그의 비난대로 여론조사가 참패를 예고하는 후보를 공천하는 전략이 무슨 의미인지는 당장에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당으로서 나름 고육지책을 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박 종희 전 의원도 수도권 중 경선이 가능한 지역은 경기도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전략공천이 불가한 그 무엇인가를 대신 설명해 주는 듯 해 민망한 상황은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박 전 의원 역시 홍 대표에 대해 14일 공천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얼굴이기 때문에 위기라고 공개적으로 쓴소리 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홍 대표 역시 과거 남 지사에 대해 배신자의 낙인으로 복당을 허가 안할 것 같은 상황을 만들었지만 최 전 장관 영입 실패와 몇몇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현역 프리미엄의 기대효과가 남 지사를 전략공천의 문턱에 이르게 한 것으로 믿고 있다.

정치에 있어 적과 동지가 명확히 구별되는 경우는 있어도 그 경계가 모호함이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 지사 역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에서 앞서 탈당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이후 바른정당에 입당했고 지금 복당한 친정 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 때만 해도 보수 야당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도 지사라는 자리가 다시 그를 그 ‘적폐’의 중심에 서게 한지도 모른다. 정치의 선택은 이렇게 누구나 어려운 길을 걷게 만든다. 남은 얘기는 혹독한 검증과 얼마나 많은 지지표를 얻느냐는 결과론적 얘기다. 씁쓸함과 함께 새삼 민낮을 보는듯한 정치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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