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이 한국사회를 흔들고 있다.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과거 행동들을 복기하면서 숨죽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성차별은 학력, 용모, 직업, 지위 등과 상관없이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모든 여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경제적 집단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성차별을 받는다.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은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문화에 기반하고 있다.

성차별은 가장 반시장적인 행위이다. 시장에서 모든 경제주체들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성은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동능력과 상관없이 좋은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은 운 좋게 노동시장에 진입해도 승진도 어렵고 결혼 후에는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결혼 후 퇴직을 강요당하고 경력단절여성이 되는 경우도 많다. 시장원리에 따르면 동일한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남성 대비 여성 임금의 비율은 2016년 기준 64.0%로 성별 임금격차가 36.0%에 이른다. 2015년 기준 성별 임금격차가 OECD 평균 14.5%, 일본 25.7%, 프랑스는 9.9%인 것에 비하면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너무 크다. 동일한 생산성을 가지고 있어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성별분업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사를 담당한다는 성별분업에 근거하여 여성의 가정 밖 노동은 가계의 부차적인 소득을 버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는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18위로 성평등 수준이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으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내세우는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아프리카 한 귀퉁이에 있는 후진국들보다 못하다.

사실 성차별은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단 중의 하나이다. 자본가는 동일한 노동을 하는 여성에게 상대적인 저임금을 지불하여 노동비용을 절약한다. 여성이 가사노동과 양육을 전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가계의 유지비용을 포함해야 할 임금 수준을 여성의 무상노동을 통해 낮추기 때문에 자본이 부담해야 하는 임금부담을 줄여준다. 여성은 경기순환 속에서 일자리 조정의 도구가 되고 있다. 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면 남성은 가계유지를 전담한다는 명분으로 제1순위로 여성근로자를 해고한다.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은 여성의 노동권 보장에는 관심이 없고 남성들의 이익을 위해 자본과 타협을 하고 있다. 성별분업의 논리는 자본의 이익과 남성의 이기주의를 위해 철저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성차별과 성별분업에 근거한 여성의 도구화는 심지어 성평등을 지향해야 하는 정부나 공공부문에서도 광범위하게 횡행하고 있다. 여성을 보호하고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여성가족부는 미투운동을 관망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여성가족부장관이 성추행 동조자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성별 임금격차를 여성의 결혼·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로 보는 정부의 시각은 성별분업에 근거하여 사회적 재생산 과정인 출산과 육아를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동등권 보장을 위한 입법화를 해야 하는 국회가 성폭행과 성차별의 중심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인들은 청년정책 운운하며 수많은 세금을 쏟아 붓지만 성폭행을 일삼으면서 성평등을 위한 노력은 없이 여성을 출산도구로만 간주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뿌리 깊고 역사가 오래된 차별이 성차별이다. 그렇기에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인류의 최종적인 혁명적 과제가 여성과 남성의 인간적 평등이 될 것이다. 성차별의 폐지 없이‘사람’중심의 사회는 요원하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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