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유명무실'… 지자체 12곳 상담 한 건도 없어
담당자 대부분 해당부서 팀장… 익명보장 어렵고 불이익 우려
"외부전문가 충원 등 독립 필요"

경기도내 각 지자체에 설치된 '성희롱 고충상담 창구'로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가 사실상 전무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경우 이에 대한 상담이나 신고를 대부분 같은 내부 직원이 맡고 있다보니 익명성 보장 등의 우려로 해당 창구를 찾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8일 도내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성희롱 관련 상담이나 고충을 처리하기 위한 '성희롱 고충상담 창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성희롱 피해를 겪은 공무원이 시·군청 내 감사관이나 인사 또는 여성 관련부서 등에 배치된 고충담당자에게 상담·신고를 하면 감사관이 조사에 나선다.

그러나 대부분 고충담당자가 해당 부서 팀장이거나 내부 직원이 맡고 있어 피해자가 성희롱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나 가해자 조사도 외부전문가를 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같은 공무원인 감사관이 진행한다.

사실상 피해자가 상담이나 조사를 요청해도 익명성 보장이 어렵거나 피해 사실이 조직 내에 퍼져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구조인 것이다.

실제 수원, 고양, 성남, 용인, 부천 등 도내 16개 지자체의 성희롱 고충상담 창구로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를 조사한 결과 4개 지자체가 각각 1건, 나머지는 지난 2년간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한 지자체 여성 공무원은 "같은 공무원끼리 상담·신고를 하고 직장 상사가 성희롱 조사를 진행한다면 신원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고충담당자도 나중엔 부서를 옮기는 데다 대부분 팀장급 이상이다보니 고충을 털어놓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6개 지자체가 상담이나 조사를 위한 외부전문가를 두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완전한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창구는 있지만 신고가 없다는 것은 그 창구를 믿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외부전문가가 있다 해도 해당 기관이 채용한 구조라면 완전한 독립성 보장은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같은 조직 내에서 상담, 신고, 조사가 이뤄지다보니 익명성 보장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외부전문가를 충원하거나 온라인 익명게시판을 구축하는 등 방안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 여성가족부가 공공기관(400개) 및 민간기업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매 3년 진행) 결과 전체응답자의 6.4%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여성·저연령층·비정규직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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