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설렘과 향기로 가득 찬 순간을 오롯이 담은 전시, ‘with Spring’展이 다음달 22일까지 수원 AK갤러리에서 열린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활기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권경엽, 송수영, 신성환, 이화진 등 4명의 작가가 참여, 이들의 다양한 시각과 방식으로 봄의 미감을 풀어낸 회화, 설치 작품 등이 선보여진다.

권경엽 작가의 작품은 은은하고 미묘한 색의 변화를 통해 정적인 공간을 묘사하며 미묘한 감정을 부드럽게 어루만진 몽환적 인물을 사색의 공간에 배치한다.

꽃의 여신 플로라(Flora)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성장통을 이겨내고 희망의 봄을 맞이한 소녀의 모습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사랑스러운 색감의 화면은 꽃의 향기와 봄 햇살의 따스함까지 공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현재 눈 앞에 놓여 있는 사물에서 그것의 과거를 본다’ 송수영 작가의 색다른 시선이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관심은 사물이 스스로 간직한 기억과 대면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나무 젓가락, 이쑤시개는 과거에 하나의 나무였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작가는 그것들이 그저 ‘사물’이 되기 전, 한 생명이었던 순간을 현재에 중첩시킨다.

직관적이지만 세심하게 통제된 형태, 두 가지의 상태를 ‘- 하이픈’으로 연결해 놓은 작품 제목 등 작가는 우리에게 작은 단서들을 던지며 사물의 기억과 대면하게 한다.

신성환 작가의 작품은 모두 정지돼있지 않다. 작업은 계속 살아 움직이며, 변하고 있거나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움직임은 작업 대상이 변하는 것을 넘어 작가가 제시하는 빛과 시간의 환영을 마주한 관람자의 사유흐름까지도 포함된 개념이다.

이화진 작가는 커다란 흰 종이에 일기를 쓰듯 녹색으로 사소한 고민, 감정, 기억들을 솔직하게 쏟아낸다. 조그만 생각들이 쌓이고 모이면 작가는 그것들을 다시 자르고 접어 잎사귀를 만든다. 그 잎사귀들을 하나하나 조합하고 설치하며 새로운 조형물로 만들어내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환기하는 기억의 복기다.

작가의 아주 개인적인 기록들은 작품을 통해 새로운 상황과 이야기가 돼 관람객들이 작가가 아닌 자신의 기억으로 채워갈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을 제시한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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