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지 않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통화가 이뤄질 겁니다”(청와대 고위관계자).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訪南)한 지 열흘이 다 되어가도록 한미 정상 간에는 아직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북 정책기조를 놓고 양국 정상이 누차 ‘긴밀한 공조’를 다짐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초청 카드가 나온 상황인지라, 단기적으로나마 양국 정상간에 ‘직접 소통’이부재한 현 상황은 외교가에 다양한 관측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수화기를 들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번 정상간 통화가 갖는 무게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양자현안을 협의하는 통상적인 차원을 넘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틀을 새롭게 규정하는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다면 방남결과에 대한 서로의 평가를 공유하면서 북미대화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향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북미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전반이 커다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북미대화를 ‘여건 조성’의 핵으로 삼아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모색 중인 문 대통령에 있어 한미 정상간 통화는 첫 고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상간 통화 자체보다는 그 결과를 공개하면서 내놓을 ‘메시지’를 어떻게 조율해내느냐가 더욱 긴요해진 국면이 된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와 백악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핫라인’을 중심으로 정상간 통화에 앞선 사전정지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북미간에 의미있는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평창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북대화가 북미대화에 선행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미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미간의 ‘공동보조’를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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