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북미관계 진전 모멘텀 형성을 핵심 축으로 한 북핵 당사국 간 대화를 주문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방문, 내외신 취재진을 격려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정치권과 언론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 하는 등 다소 성급한 관측과 기대감에 대한 수위 조절 발언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선 무엇보다 북미 간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현실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김 특사가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화답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주변국들과 국제사회가 불편해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반도 갈등의 핵심축인 북미 간에 대화 분위기가 형성돼야 남북 정상이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도 북한에 강경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잠시나마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먼저 동맹국이자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 공감대 형성과 북미간 대화 분위기 조성의 동시 추진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북한 올림픽 참가로 우리 한반도에 고조됐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창 올림픽을 안전한 올림픽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며 “남북대화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더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도 대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 예고 동영상에서 “외교장관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첫발을 떼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각종 보도가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 한 템포만 늦춰주면 고맙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재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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