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을 처음 맡은 해에 88서울올림픽이 열렸습니다.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니 이장을 참 오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장직을 내려놓는 그날까지 마을 어르신을 공경하고 주민 화합을 이뤄내면서 정감 넘치는 최고의 마을을 만들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여주시 대신면 무촌리에서 31년째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강진수(61) 이장은 18일 경기도 최장수 이장으로서 소회를 밝혔다.

강 이장은 1988년 서른의 나이로 이장이 됐다. 그 후 15번의 이장선거가 있었지만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내리 31년째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강 이장은 여주지역 최장수 이장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최장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강 이장의 이 같은 장수 기록은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마을주민의 화합을 중시하면서 어르신을 부모처럼 극진하게 공경하는 그의 한결같은 마음에 마을주민들이 무한 신뢰를 보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31년째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강 이장은 1988년 김영철 15대 면장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21대 이근태 면장과 현 김교식 면장까지 16명의 면장과 인연을 맺었다.

대신면 소재지 마을에서 양평 곡수 방면으로 4km거리에 위치해 있는 무촌리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70여 세대가 거주하는 무촌리 마을도 다른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됐다. 마을전체 주민이 200여 명에 이르고 있으나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 90세 이상의 어르신이 7명이고 80세 이상은 무려 20여 명에 이른다. 6~70대를 합하면 절반 이상이 노인층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6만천 여㎡(2만평)에 논 농사를 짓고 있는 강 이장은 농번기가 되면 10여 세대 어르신의 모내기에서부터 가을 수확시 수매 및 도정까지 책임지는 것은 물론, 농한기가 되면 마을회관에 나오지 않는 어르신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문안인사를 드리는 등 세심하게 마을주민들을 섬기고 있다. 우직하면서 책임감이 아주 강한 이장으로 잘 알려진 강 이장은 재난·재해 등 한해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마을의 각종 민원도 척척 해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 무촌리를 찾아 귀농·귀촌하는 새로운 주민들에게 마을입회금을 일체받지 않고, 마을 전체 세대의 수도요금도 마을기금으로 부담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을 시행해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강 이장은 “마을의 진정한 봉사자로서 어르신을 따듯하게 보살피는 것이 이장의 역할 중 하나”라며 “이장직을 내려놓더라도 지금처럼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김규철기자/kimkc6803@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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