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북핵 외교가의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평창 외교전’을 거치면서도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해온 미국의 입장과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겉으로 드러난 입장과는 달리 백악관의 기류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보인다.

특히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맞물려, 북미대화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이날 오후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며 ”북미대화가 이어지도록 라트비아도 지속해서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주목할 점은 문 대통령의 언급이 어떤 정보판단을 토대로 나왔을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WP에 소개된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북미대화와 같은 중요사안과 관련된 언급을, 그것도 외국정상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언론보도에 근거해 언급했을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저녁 만찬을 같이한 펜스 부통령으로부터 직접 청취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핫라인’을 통해 거듭 확인했을 것이란 분석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종합적인 정보를 받아보고 있다“고만 말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만으로 북미대화 호응 여부에 대한 백악관의 기류가확실히 달라졌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평창 이후’ 미묘한 변화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특히 펜스 부통령의 WP 인터뷰 발언이 시사하는 것처럼,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남북대화의 진전과 맞물려 북미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정확히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를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정책결정 과정이 ‘항공모함’처럼 느린 미국인 만큼 북미대화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가지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제일 중요한 역학관계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백악관“이라며 ”저희 정부도 주시하고 있지만, 조율된 입장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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