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고 가족 친지들이 모여 맛있는 떡국을 먹는 설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설레는 마음은 긴 연휴도 있지만 무엇보다, 타지 생활에 안부 전화조차 잘 못드린 부모님의 얼굴을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모님은 ‘내 새끼’ ‘내 강아지’가 올 생각에 어깨·허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맛있는 음식을 장만합니다. 내 자식과 사위·며느리, 손주 입에 든든한 명절 음식이 들어갈 생각에 마냥 행복하기 때문이죠. 설 명절은 자식과의 만남으로 가난보다 무서운 고독에서 잠시나마 해방이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또 전화로만 감질나게 목소리만 듣던 손주를 품에 안아 볼 수 있다는 것도 부모님의 큰 행복입니다. 손주 커가는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오래오래 사시고 싶은 마음 뿐일 것입니다.

온기 없던 재래시장에도 모처럼 사람사는 훈기가 감돌아 상인들의 얼굴 주름도 펴집니다.

설이라는 말의 유래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먼저 새로운 해의 첫 날로 일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내게 해 달라는 바람에서 유래됐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낯설다’ ‘설다’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일 년의 시작이 익숙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생겼다는 견해도 존재하고요. 한 해를 새롭게 세운다는 뜻의 ‘서다’에서 유래됐다는 견해와 17세기 문헌에 ‘설’이라는 단어가 ‘나이’ 또는 ‘해’라는 뜻으로 쓰인 걸 보아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날’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이와 같이 ‘설’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모두 새로운 한 해 그리고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설과 관련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261년 백제에서 설맞이 행사를 했고, 651년 신라에서는 백관들이 모여 왕에게 새해 축하 인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강제적으로 양력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음력 설을 지내지 못하게 됐고 이 정책은 광복 이후로 이어져 양력 설이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음력 설은 1985년 ‘민속의 날’ 이라는 이름으로 공휴일이 됐고 귀향 인파가 늘어나면서 설날로 다시 정착하게 됐습니다.

설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배’입니다. 세배는 설날 아침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절을 하며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아랫사람에게 세뱃돈을 주고 한 해 덕담을 해 줍니다. 아이들이 설날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지요.

옛날에는 덕담을 주로 과거형으로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올해 아들을 낳았다지”나 “시험에 합격했다면서”와 같이 과거형의 말을 통해 소망하는 일이 이뤄지기를 기원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지만 올해는 옛날 방식의 덕담을 나누면서 마음은 가장 따뜻한 설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