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웨일북│256페이지


관계의 아득함과 소통의 노력이 온갖 오해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이해, 이것이 외로움의 본질이다. 불현듯 휘몰아치는 깊은 고독과 쓸쓸함의 기원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타인에게 닿을 수 없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외로워지거나, 타인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매번 좌절하거나 말이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는 가장 어려운 분야다. 이 책은 가장 어려운 분야에 대한 탐구 결과고, 고독한 무인도에서 허황된 기대와 함께 띄워 보내는 유리병 속의 편지다.

우리는 나면서부터 관계를 맺는다. 아니, 정확히는 원하지 않아도 탄생의 순간 그 즉시 타인과, 세계와의 관계가 생긴다. 더 본질적으로는 ‘나와의 관계’라는 숙제를 떠안고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일생을 치러도 어려운 것이 관계다. 작가 채사장은 관계에 대해 이해해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나아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이 낯설고 두려운 생을 붙잡고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 중에 반드시, 관계에 대해 말해야만 한다. 내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내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왜냐하면 타인과 세계의 심연을 들여다봄으로써 거기에 비친 자아의 진정한 의미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 세계와의 관계에 서툰 작가의 고뇌가 아름답고도 먹먹하게 펼쳐진다

관계의 문제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관계에서 마냥 웃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 환한 대낮 어느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누군가 조용히 울고 있다.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자신을 대면한 적이 있는가? 그 불쌍한 사람은 고독하고 적막한 공간에 던져져 혼자의 힘으로 버티는 중이다. 아무래도 세상은 녹록지 않다. 내 마음 같은 걸 신경 써주는 사람은 없다. 나라는 존재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다. 회사와 학교와 사회와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 속 하나의 구성원일 뿐. 나는 언제나 그 주변부에서 대중의 무리를 따라 발맞춰 걸어가야 한다. 그렇게 사회는 우리를 다그친다. 대중으로 남아 있으라. 세상의 다른 주인공들에게 고개 숙여라.”

관계는 우리를 무너뜨리지만, 한편 우리를 기어이 일으켜 세운다. 세계와 세계로서 만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본 경험과 이해가 나의 삶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

이 책은 생의 유한함 속에 흩뿌려진 관계들이 어떻게 자기 안에서 만나 빛나는 별을 이루는지 안내한다. 책을 덮고 나면 그토록 힘겨웠던 당신 주변의 타인이, 세계가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여 사뭇 놀랄 것이다. 그리고 당신과 내가 언젠가 만난다는 신비로운 결론에 아프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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