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전2권

댄 브라운│문학수첩│372페이지


댄 브라운은 집요하고도 치열하게 종교를 추적해왔다. 바티칸을 둘러싼 과학과 종교 간의 대립을 그린 ‘천사와 악마’, 다빈치 작품에 숨겨진 기독교 비밀을 파헤친 ‘다빈치 코드’, 세계 최대 비밀단체인 프리메이슨의 ‘잃어버린 상징’을 찾아 나선 ‘로스트 심벌’, 인류 미래를 걸고 단테의 ‘신곡’에 숨겨진 퍼즐 같은 암호를 풀어내는 ‘인페르노’가 그러했다. ‘오리진’ 역시 종교와 맞닿아 있다. 아니 근본적으로 종교를 뛰어넘어 ‘신’에 맞선다. 신과 과학의 정면 승부인 셈이다.

댄 브라운이 자신의 소설은 ‘종교적인 토론과 고찰을 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며 ‘반기독교적인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듯, ‘오리진’ 역시 믿음에 대해서 탐험하고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소설이다.

‘로버트 랭던 시리즈’의 다섯 번째 소설인 ‘오리진’은 종교적 도그마에 갇힌 인류의 시작과 끝, 존재의 기원과 운명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댄 브라운은 이 오랜 숙제에 과감히 도전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조밀하게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과연 작품 면면에는 ‘오리진’을 구상하기 위해 5년간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지 않고 사전 자료 조사를 감행한 작가의 노고가 여실히 드러난다.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제러미 잉글랜드 등 실존하는 저명한 과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과학사를 통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시의 열정적인 발표 장면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해 소설을 해산해낸 작가 댄 브라운의 집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실재하는 종교 단체, 과학적 사실, 예술 작품, 건축물을 토대로 인류 최대의 물음에 답해가는 이 소설은 로버트 랭던을 비롯해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인물들이 긴박감 있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특별히 이번 소설은 댄 브라운 작품 중 ‘모던 아트’ 곧 현대 미술을 등장시킨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소설 도입부의 배경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이 등장하고, 미술관 속의 예술 작품으로 ‘마망’ ‘안개 조각’ ‘다비드’ 등이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호안 미로부터 스페인의 전설 가우디의 최고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이르기까지 예술 장르와 시공을 초월해 폭넓게 미의 향연이 펼쳐진다.

‘코드’와 ‘상징’을 따라 답을 찾아가는 댄 브라운 특유의 작법이 선명히 드러나는 소설 ‘오리진’. 이번에는 마흔일곱 글자의 암호를 찾아야 한다. 지금껏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세계 종교의 근간을 뒤흔들 진실이 그 암호 속에 있다. 과연, 로버트 랭던은 그 암호를 찾아낼 수 있을까. 독자는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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