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지난 9일 연수구의회 제21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재호 구청장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을 비판한 정지열 의원을 겨냥해 언급한 속담이다.

이날 정 의원은 최근 이 청장의 비서실장이 무기계약직 공무원 채용비리로 구속된 것을 놓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구청장 비서실장이 채용비리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수구의 이미지가 한없이 추락했다”며 “구청장이 각 동을 순회하면서 인천의 청렴도 1위라고 홍보했는데, 한편에서는 구청장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인사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은 전형적인 인사적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구청장은 구민들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정 의원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에 이어 발언대에 오른 이 청장은 곧장 맞불을 놨다.

이 청장은 “(정지열 의원처럼) 음주운전을 한 적도 없고, 술집에서 여성을 폭행한 적도 없다”며 “저는 사건이 터지자마자 여러번 사과했는데 (정 의원은) 사과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의 발언은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고 했다.

이 청장의 발언 요지를 보면 물의를 일으킨 점은 사과하지만 본인과는 관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 의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청장과 정 의원의 설전으로 본회의는 실속 없이 끝났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청장으로서는 본인이 아닌 측근의 비리로 구설에 오른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는 깨끗해?”라고 맞불을 놓는 모습은 연수구를 이끄는 자치단체장이 보여야 할 자세가 아니었다.

비서실장 사건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 청장이 의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

강정규 인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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