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테니스는 남녀 상금이 똑같다. 원래 그랬던 건 아니다. 1973년 US오픈이 남녀 상금을 똑같이 지급하면서 점차 모든 대회로 확산했다.

여자 선수들이 상금 차별에 항의하는 운동을 끈질기게 벌여왔고 여론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는 여전히 남녀 상금 차이가 매우 크다. 작년 US오픈 우승 상금은 216만 달러였지만 US여자오픈 우승 상금은 90만 달러였다. 메이저대회가 아니라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우승 상금은 대개 100만 달러가 넘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메이저대회가 아니라면 우승 상금이 30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

LPGA투어 선수들은 이런 상금 차등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테니스와 달리강력한 여론이 지지는 아직 받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같은 경기장에서 남녀 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테니스와 달리 골프는 남녀 대회는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호주 서틴스에서 끝난 오츠 빅오픈 골프대회는 남녀 선수에 차등 없이동일한 금액의 상금을 지급하는 ‘혁명적’ 변화를 시도했다.

이 대회는 남녀 대회 모두 오츠 빅 오픈이라는 명칭 아래 같은 날짜(1∼4일), 같은 코스에서 한꺼번에 치렀다.

남자대회는 호주프로골프투어대회, 여자대회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라는 점만 달랐다.

상금도 남녀 선수가 똑같이 받았다. 남자부 우승자 사이먼 호크스(호주)와 여자부 우승자 이민지(호주)는 똑같이 6만2천853 호주 달러의 우승 상금을 수령했다.

남녀 프로 대회를 같은 날짜에 같은 골프장에서 연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작년 5월 모로코 다르 에스 살람 골프장에서 유럽프로골프투어 하산2세 트로피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랄라 메리엠 컵이 같은 날짜에 열렸다.

또 작년 7월에는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카이도 오픈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카이도여자오픈이 경남 서경타니 골프장에서 같은 날짜에 개최됐다.



그러나 이 두 대회에서 남녀 대회는 같은 골프장이긴 해도 다른 코스에서 치렀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 뿐이지 사실상 다른 장소에서 대회가 열린 것이다.

호주 오츠 빅 오픈은 같은 코스에서 남녀 대회를 동시에 진행했다.

티타임을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번갈아 티샷하도록 배정했다. 1조가 남자 선수라면 2조는 여자 선수를 배정하는 식이다.

물론 여자 선수 티박스는 남자 선수보다 앞에 위치했다.

다만 1, 2라운드 때는 18홀 짜리 코스 2개를 동원했다. 남녀 각각 144명의 선수가 출전한 대회를 18홀 코스 한곳에서 치르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대신 3, 4라운드는 한 곳에서 열렸다.

2라운드 성적으로 남녀 각각 60명이 3라운드에 진출했고 4라운드는 35명씩으로 줄였다. 컷을 두차례 시행했다.

이런 경기 방식 덕에 관객은 티박스, 페어웨이 옆, 그린 주변 등 어디서나 남자선수와 여자 선수 경기를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었다.

타이틀스폰서, 서브스폰서, 중계방송, 입장권 등 모든 걸 남녀 대회가 공유했다. 비용과 수익도 공유했다.

여자 선수 반응이 뜨거웠다.

타이거 우즈의 조카 사이엔 우즈(미국)는 “남녀 골프 선수에게 똑같은 대우를 해줬다. 다른 투어에서도 배웠으면 좋겠다. 이런 대회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은 “남녀 상금이 똑같다는 건 엄청나다”면서 “대회 주최 측에 감사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남편 대런과 함께 대회에 출전한 스테이시 피터스(호주)는 “남편과 같은 코스에서 대회를 치르니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호주골프협회 사이먼 브룩하우스 사무총장은 “갤러리는 여자 선수의 섬세함과 남자 선수의 힘찬 스윙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면서 “세상의 모든 일은 남녀가 함께해야 멋진 법”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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