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복당·통합…정치권 급변에 눈치 보기 치열…"이럴 때일수록 소신 필요"

 올들어 6·13 지방선거를 앞둔 민심의 향방과 공천 가능성을 놓고 후보들의 탈당과 복당, 다른 당 입당 등 대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의 혼동 속에서 보수당인 새누리당의 분열과 바른정당 창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등 짧은 기간에 정치 지형도가 급변해 후보들의 눈치 보기가 그 어느 때 선거보다 치열한 양상이다.

 후보들은 지금의 당에 남을지, 탈당할지, 복당할지, 통합신당으로 갈지, 아니면차라리 무소속으로 심판을 받을지를 두고 고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일어나는 정치인들의 이동이 예전에는 표의 유불리에 따라 당적을 바꾸는 전형적인 '철새 정치'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당이란 둥지 자체가 흔들리면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여서 정치적 결심을 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요동치는 호남 선거판…"잔류냐 탈당이냐"

 선거판이 가장 요동치는 곳은 광주·전남지역이다.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 출범으로 각 지방의회 후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절대 다수가 통합에 반대했던 국민의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 4일 전당대회 전까지는 당적과 관련한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광주시의회 의원 22명 중 9명, 전남도의회 57명 중 24명에 달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통합선언 후 대응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잔류, 탈당의 갈림길에서 대다수가 탈당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탈당을 결심한다 해도 통합신당으로 갈지, 무소속으로 남을지, 더불어민주당으로 입당 또는 복당할지가 고민이다.

 전남도의회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달 26일 박지원 전 대표, 정인화 전남도당 위원장, 박준영 의원 등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진로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무소속으로 있던 김성 장흥군수, 강진원 강진군수는 지난해 9월과 11월 각각 민주당에 복당했다.

 군산시의원 2명은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해 이미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이로써군산시의원 24명 가운데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은 12명으로 줄어들었다. 다른 의원 5∼6명도 국민의당 탈당을 고심하고 있어 선거판이 요동칠 전망이다. 

 ◇ 남경필 지사 한국당 복당으로 경기도 선거판 '흔들'

 탄핵 정국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가 이달 15일 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경기지역 정치인들의 당적 갈아타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남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바른정당 최중성 도의원도 조만간 한국당에 입당원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연 도의원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해 국민의당을 나와 최근 한국당으로 들어갔다.

 민주당 이상희 도의원은 지난달 말 탈당해 현재 무소속이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의원마다 여러 정치적 이유로 당적을 갈아타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불리에 따라 소속 정당을 옮기는 의원이 앞으로 더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석정 인천시의원은 탄핵 정국 당시 이학재 국회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합류했지만 이달 초 탈당 후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 전통 보수권력 부산·경남도 민주당에 쏠림 현상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이 지방권력을 잡은 경남과 부산 지역도 선거를 앞두고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된 민주당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한국당을 탈당한 지 9개월만에 최근 민주당에 입당했다.

 권 시장은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경선에 나갈 예정이다.

 2016년 4·13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양동인 거창군수는 지난해 7월 일찌감치 민주당에 입당했다.

 창원시장 선거에 나설 예정인 김종양 전 경남지방경찰청장도 지난해 11월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했다.

 진주시장을 노리고 있는 강갑중 진주시의원은 그동안 무소속으로 있다가 지난 17일 민주당에 입당서를 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5·9 대선을 앞두고 한국당 소속의 노기태 강서구청장 등 전·현직 기초단체장 3명과 12명의 전 시의원들이 한국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최근 민주당에 둥지를 틀었다.

 탄핵정국 때 바른정당으로 갔던 김무성·이진복·김세연·장제원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귀한 가운데 그를 따르던 지역의 지방의원, 단체장 등 20여 명도 선거를 앞두고 모두 한국당에 복당했다.

 박영강 동의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향방과 당내 공천 가능성에 따라 의원들의 해바라기성 이동은 늘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이란 메가톤급 사건으로 이합집산이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들은 소신을 지키고 이를 주민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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