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한 사실이지만 수치상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간 정부가 발의한 법안의 통과율이 14.2%에 불과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8개월여 동안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이 274건인데 그중 39건만 처리됐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낮은 통과율이다. 게다가 통과된 법률안도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 것이 10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수정안과 대안으로 통과됐다. 이런 정도면 정부가 내놓은 국정과제 실현이 거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예산에 포함되고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실현이 불투명한 사업이 8개나 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아동수당 지급, 기초·장애인연금 확대, 치매부담 경감, 중소영세기업 퇴직연금 지원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사업은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민의 삶을 위해 줄곧 강조해왔던 사업이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야당이 지방선거를 의식해 법안 통과를 막을 경우 방법이 없다.

현 정국에서 여야 협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야 간 서로 다른 입장만 강조하며 조율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 국민들의 실망감과 피로도도 컸다.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매사에 반대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국민 정서에 동떨어진 일이다. 여야 협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먼저 다가서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국정과제 입법이 야당의 거부로 통과되지 못해 시행이 어렵다는 책임 회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며칠 전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구 개편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센 상태다. 국회 과반수를 확보해 이를 통과하는 데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여당이 어떻게 야당을 설득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정부 출범 초기의 혼란이란 말은 쓸 수 없는 시기에 이르렀다. 70%를 상회하는 국민들의 지지도 정부의 실천력 여부에 따라 쉽게 변화할 수 있다. 여소야대라는 변명으로 책임 회피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 청와대와 여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야당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지지에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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