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6)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를 가르치는 ‘지도자 위의 지도자’로 부임한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13일 “소프트뱅크가 한국의 김성근 전 감독을 코치 카운셀러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소프트뱅크에서 제의를 받았고, 함께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의 일본행은 일본의 전설적인 타자이자 야구 원로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 전 감독은 지난해 11월 4일 소프트뱅크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가 일본시리즈 6차전을 펼치는 일본 후쿠오카 야후 오크돔을 찾았다. 자주 연락하는 오 회장과 야구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 회장이 “김 감독이 우리 팀에서 지도자를 육성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시즌 종료 뒤 소프트뱅크는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김성근 전 감독을 영입하고자움직였다.

12월 말 소프트뱅크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김 전 감독에게 ‘공식 영입 제안’을 했다. 김 전 감독은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2005년과 2006년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순회코치로 일했다. 13년 만에 다시 일본프로야구와 연을 맺는다.

‘코치를 가르치는 지도자’라는 특별한 보직은 의미를 더 키운다.

김 전 감독은 “정말 큰 책임감을 느낀다. 소프트뱅크의 제안을 받고 기쁘면서도걱정이 앞섰다”며 “한국 야구인이 일본 야구 지도자를 가르친다. 혹시 내가 문제를 일으키면 한국 야구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겠나. 정말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입 제안을 받은 뒤 김 전 감독은 체력 훈련을 하고 독서량도 늘렸다. “젊은 코치들을 가르칠 때는 나도 움직여야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선수들과 지도자의 대화법은 달라야 하니 야구 외에 지식도 갖춰야 한다”는 게 김 전 감독이 밝힌 이유다.

김 전 감독은 “지바롯데에서는 2005년 이승엽을 전담했고, 2006년에 조금 더 많은 선수를 가르쳤다. 선수 몇 명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코치를 가르쳐야 하는 이번 보직이 더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개인사’를 떠올리면 감격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다. 1942년생인 그는 1964년 영구 귀국해 50년을 넘게 ‘한국 야구인’으로 살았다.

김 전 감독은 “영구 귀국을 하며 ‘꼭 성공한 야구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서 코치를 가르치는 지도자로 불러준 건 내 과거를 떠올리면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성근 전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을 ‘야신’으로 추앙하는 이는 물론이고, 선수를 혹사하는 지도자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김 전 감독의 열정과 야구 욕심을 인정한다.

이런 평가를 전해도 김 전 감독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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