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경찰이 요구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방안을 일부 수용한 대신 경찰권 분산·통제장치를 둬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할 청사진을 담았다.

14만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인 경찰이 향후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를 대부분 전담하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아 가칭 ‘안보수사처’를 설치하면 또 다른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과 수사-행정경찰 분리,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이날 청와대가 언급한 경찰개혁 방안은 자칫 비대해질 수 있는 경찰권을 분리·분산해 경찰을최대한 시민 통제 아래 두는 것이 목적이다.

◇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경찰권 쪼개기’ 시도

현재 제주에서 시행 중인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애초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다. 청와대의 구상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국가경찰과 각 광역시·도 소속 자치경찰로 경찰을 이원화해 운용하는 방안이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에서 독립해 해당 시·도지사 지휘를 받는다. 자치경찰공무원은 현재 소방공무원처럼 시·도 소속 지방공무원이 되며, 이들에 대한 인사권도 해당 시·도지사가 행사하게 된다.

해당 지역 자치경찰 업무를 총괄하는 자치경찰본부장은 주민, 시민사회 인사 등지역 관계자들로 구성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에서 복수로 후보를 추천하고, 후보 가운데 1명을 시·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자치경찰 수장 임명 과정부터 주민들이 관여하고, 자치단체의 지방행정이 치안행정과 밀접히 맞물려 운용되므로 경찰권이 지역 단위로 분권화하고,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자치경찰제 추진의 당위론이다.

자치경찰의 세부적인 업무 범위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확정되겠지만, 범죄 예방과 단속, 위험 방지, 공공질서 유지 등 기본적인 지역 치안업무는 물론 그와 관련한교통·경비·정보활동까지 맡기는 것이 청와대 안이다.

다만 수사권은 제한적으로 부여될 전망이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주민 안전과 밀접한 범죄는 자치경찰이 수사하고, 지역을 넘나드는 중요 강력범죄나 테러 등 국가 전체와 관련된 사안은 국가경찰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수사경찰 사실상 분리 운용…‘수사 외압’ 등 부당개입 차단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를 대부분 담당하고, 검찰이 2차·보충적 수사와 기소를 맡는 형사사법체계가 갖춰지면 일단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의 ‘총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민생범죄 등을 비롯해 경찰이 많은 사건의 1차 수사를 담당하지만, 과거검찰이 직접 수사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굵직한’ 성격의 사건 상당수를 경찰 손에서 시작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처럼 고위급의 수사개입 논란으로 풍파를 겪은 전례가 여럿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

청와대가 선택한 방안은 앞서 지난해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경찰청 산하에 가칭 ‘국가수사본부’를 둬 수사경찰과 일반경찰(행정경찰)을 사실상 분리 운용하는 것이다.

이는 사건 수사 지휘체계를 국가수사본부장 이하 수사경찰 중심으로 개편,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등 일반경찰이 수사 담당자들에게 사건을 구체적으로 지휘할수 없도록 해 부당한 수사개입 여지가 차단하려는 취지다.

현재 경찰행정 관련 심의·의결기구인 경찰위원회에 경찰청장 임명제청권 등 실질적 권한을 줘 경찰 통제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위상을 높이는 방안도 ‘국민에의한 경찰 통제방안’의 하나로 포함됐다.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뒤 경찰청에 가칭 ‘안보수사처’라는 조직을 두도록 한 방안은 안보사건의 성격이 다른 수사와 다르고 고도의 비밀을 요하는 점을 고려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재득기자/jd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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