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관계자 "가상화폐가 투기라는 인식에 무게 실린 것이 사실"
가상화폐 시장을 이대로 방치했다가 한껏 부풀어 오른 풍선이 터질 경우 사회 전체에 심각한 피해가 올 수 있다는 현실인식 아래 서서히 풍선의 바람을 빼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 문제의 컨트롤 타워를 맡은 청와대 정책실이 가상화폐 거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투기'쪽에 비중을 ㄷ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정부의 스탠스는 가상화폐가 투기라는 데상당히 많은 무게가 실린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젊은 층이 투기장에 진입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보더라도 정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가상화폐 열풍을 '투기'로 인식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같은 가상화폐가 다른 나라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 규제 대책이 나오기 전 김치 프리미엄은 60%에 육박했다.
고위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30∼40%씩 붙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참여 자체가 과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김치 프리미엄이라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88%를 1%가 독점하고 있는데 이 물량 중 10%만 시장에 풀려도 폭락할 수밖에 없다"며 "300만 명이 여기에 몰려있는데 300만 명이 이른바 '쪽박'을 찰 경우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그들이 겪을 실망감과 그에 따른 사회에서의 행태를 생각하면 너무나 위험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성 강한 '폭탄 돌리기'의 일종이라는 인식 아래 청와대는 매우 신중하게 '연착륙'을 유도하는 쪽으로 대책을 고민 중이다.
부풀어 오른 풍선에 바늘을 찔러 한 번에 터뜨리기보다 바람구멍을 열어놓고 압력을 가해 풍선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밝힌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위한 특별법 입안 역시 연착륙 방안의 하나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 폐지 법안을 낸다고 해도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유예기간을 둘 수 있어 발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동안 빨리 빠져나가라는 의미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서서히 투자자들이 떨어져 나가 정상화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안이 실제로 국회에 제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장관의 발언이 있은 후 야당은 거래소 폐지법안에 분명한 반대 의견을표시했고, 여당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폐지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일 하루에만 1천 건이 넘는 거래소 폐지 반대 의견이 올라왔으며, 거래소 폐지에 반대하는 대표 청원에는 13일 오후 5시 현재 15만2천여명이 참여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주로 20∼30대인 점도 청와대와 여당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 정부의 지지층과 겹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기반의 상당 부분이 이탈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나치게 과격한 규제일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야당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데다. 여당도 별다른 돌파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 통과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할 때 청와대가 거래소 전면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법무부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가상화폐 거래 규제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법무부 안은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안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청와대는 정책실 주도로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와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어 가상화폐 대책을 숙의해왔으며, 조만간 조율된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율 과정에서 법무부 안이 거래소의 전면 폐지보다는 문제 거래소를 폐지할 수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쪽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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