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폐지가 최선인가 (2)다시 시작되는 구인대란

경기도 내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 A사는 최근 수년 새 사업장에 활기가 생겼다.

평균 연령 49세의 절반도 안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들이 생산라인의 20%를 차지해서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초짜에서 숙련공으로 변화, 회사 성장 동력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인력의 빈자리가 우수 인력으로 채워지면서 생산성은 높아졌고, 외국인 근로자는 10여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이는 A사가 최근 5년간 도내 특성화고와 MOU를 체결, 현장실습생을 파견 받은 뒤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해 거둔 성과다.

5년간 10여명이 이를 통해 A사에 입사했다.

A사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해도 빠르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 생산성 증가 뿐 아니라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반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까지로 당장 내년부터 또다시 외국인 근로자로 부족한 인력을 채워야 할 처지다.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제가 내년부터 폐지, 이를 통한 학생 채용의 길이 불투명해져서다.

정부는 현장실습을 근로에서 교육 중심으로 바꾸고, 기간도 단축시키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A사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은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는 중요 방안”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관련 제도가 폐지되는 데 부족한 일손, 우수 인력을 채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부족 인력은 26만77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상용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적극적인 채용에도 구하지 못한 인력이 올 1분기 기준 9만4천여명(전년대비 3.4% 증가)에 달했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 미충원인원이 8만6천여명으로 전체 91.7%를 차지했고,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3만6천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들이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을 통한 취업을 부족한 우수 인력 수급의 중요 수단으로 삼는 이유다.

수원의 한 특성화고의 경우 MOU 체결 등을 통해 현장실습을 요청하는 중소기업이 매년 1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성화고를 통한 우수 인력 채용은 중소기업의 성장 정체기를 해소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도내에서 전기·전자회사를 운영하는 B씨(65)는 “중소기업들이 성장 정체기를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재 유입이 되지 않아서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유입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가 돼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현장실습 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의 신분이 근로자에서 교육생으로 변하는 점은 중소기업이 이들을 꺼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된다.

청소년근로촉진법·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데다 산업재해 발생 시 자칫 모든 부담을 기업이 떠안아야 해서다.

3개월(3학년 2학기) 가량 진행될 교육 중심의 현장실습도 요식행위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교육 후 학교로 복귀, 해당 기업으로의 취업이 보장되지 않아서다.

A업체 대표는 “현장실습 기간 실무에 투입돼 기술을 익히고, 병역특례를 거쳐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해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실습 제도가 폐지되면 이런 절차가 모두 어그러진다”며 “결국은 다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장 실습 폐지는 중소기업을 인재 구인난의 늪으로 밀어 넣는 행위”라며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현장 실습폐지는 다시 생각해야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채태병·김형아기자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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