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인 구글이나 애플에 대항하여 국내 AI업체인 플런티를 인수하여 화제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역시 M&A를 통하여 몸집을 불려왔으나 대부분의 M&A는 미국등 외국에서 진행된것이고 국내 M&A는 사실상 첫 사례라고 한다. 플런티는 대화형 AI 챗봇 스타트업으로 네이버와 다음 출신 개발자들이 창업하여 지난 2015년 영어 버전 챗봇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챗봇 빌더 ‘플런티.ai’와 답변 추천 애플리케이션 ‘플런티’를 서비스해왔다. 플런티는 상대방이 보내온 텍스트 메시지에 적절한 답변을 추천해주며 머신러닝을 통해 답변이 스스로 정교해진다. 문자메시지를 비롯해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플런티.ai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고객 응대가 가능한 챗봇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주문과 주문 내용 수정, 결제 등의 서비스가 가능한 챗봇을 카드 형식의 인터페이스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인수 계약을 통해 플런티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과 기술은 모두 삼성전자로 이전되며 열 명 남짓한 플런티 구성원들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로 출근했다. 플런티의 IP와 기술 확보로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AI 빅스비도 큰 폭의 발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국내 스타트업의 인수는 많은 시사점을 스타트업계에 준다. 먼저 국내 스타트업계의 열망사항인 회수시장의 확장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기술기업의 벤처창업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자금조달이다. 이러한 자금조달은 기술금융이라 말하는데 많은 금액을 벤처캐피탈에서 자금공급을 해준다. 그리고 엔젤들의 초기 투자 역시 중요한 자금 공급원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이러한 투자 후의 회수시장이 코스닥 등 상장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회수시장의 또 다른 축이 M&A시장이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은 이러한 M&A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고 또한 기업들의 성장전략으로 잘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인수가격을 함구하고 있으나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 의한 기술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따라다니던 저평가를 통한 기술탈취는 이번에는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다음카카오가 네비게이션 업체인 김기사를 인수하여 자사의 사업 모멘텀을 확장한 것 역시 긍정적인 시사점을 준다. 다음카카오는 김기사를 인수함으로써 카카오 택시 등 위치기반 신성장사업분야를 새로이 개척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스타트업의 인수는 토종 기업들의 회수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두 번째로 창업기업은 반드시 기업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 창업후 창업자 입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M&A를 통하여 하는 경우가 거의 85%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벤처기업등 많은 기술혁신형 기업이 창업을 한다. 이들의 경우 좋은 기술은 많으나 장기간의 사업화 기간이 필요하고 따라서 소요자금도 많이 든다. 이럴 때 M&A를 통하여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단 이러한 경우는 정당한 기술평가를 통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할때에 가능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은 한국의 경우 M&A활성화가 오히려 경제구조의 집단화를 촉진시켜 대기업의 또 다른 경제집중구조를 촉발시킬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부 이러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결론적으로 더 많은 M&A활성화를 통하여 한국 스타트업계도 정당한 가격을 주고 받는 공정한 벤처생태계가 이번 기회에 정착되기를 바란다. 더 이상 기술탈취라는 말이 우리 중소기업생태계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하면서.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창업지원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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