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취업난 우려 노심초사… 교육당국 "학습중심 실습 허용"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으니 빨리 취업해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알바 인생으로 전락할까 벌써 두렵습니다.”

교육당국이 내년부터 조기 취업을 위한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해 내년 취업반에 올라가는 고3학생들이 그야말로 망연자실이다.

4일 교육당국과 도교육청, 도내 특성화고 등에 따르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고교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조기 취업’ 형태로 운영되던 직업계 고교생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9일 제주의 한 특성화고 졸업반 이모(18)군이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크게 다친 뒤 같은 달 19일 숨진 것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안양의 A특성화고에 다니는 김모(17)군은 앞길이 막막하다. 조기 취업을 하기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했는데 현장실습 폐지로, 그 취업의 길이 막힐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어려서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둘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는 김 군은 하루 빨리 취업해 생활비를 벌어 할머니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 현재의 바람이다. 직장도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김 군은 “방학때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할머니께 생활비로 드렸다. 할머니도 모셔야하는데 조기 취업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어떻게 생활을 해야할지 앞이 안보인다”고 말했다.

조기 취업 현장실습은 취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고 경력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현장실습이 폐지될 때에는 전문대에서 전기·건축 등 전공 과정을 마친 학생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려 조기 취업 일자리마저 뺏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수원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현장실습에서 사망한 학생들에게는 정말 안타깝고 교사로서 다시한번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특성화고의 목적은 조기 취업인 만큼,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학생들이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다치거나 숨지는 일이 발생해 현장실습을 폐지하기로 했다”며 “다만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관리 등을 하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