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평원 중증환자 진료비 삭감 압박'에 괴로운 심정 토로
"삭감대상 진료는 사경 헤매는 환자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
#학교에서 주는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내가 학교에 일부러 불이익을 안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어느새 적자의 원흉이 되어 있었다. 얼음장 같은 시선들 사이에서 수시로 비참했다. 무고했으나 죄인이었고, 나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나의 목숨이 내게 오는 환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속으로 우는 피에 숨이 잠겼다.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고,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의 수술과 치료를 맡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
인기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까칠한 칼잡이다. 그러나 한 꺼풀 들여다 보면 낭만이 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밴드부 지도교수다. 2014년 중부일보가 주관한 직장인밴드에서 ‘식스라인스’라는 밴드를 이끌고 축하공연을 할 정도로 기타 실력도 수준급이다. 2016년에는 직장인밴드 심사위원을 했다.
그런 ‘낭만 칼잡이’ 이 교수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 쳐도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자신을 ‘연간 10억 원 적자의 원흉’이라고 표현하며 중증 외상외과 분야의 해결되지 않는 의료수가 문제와 보건의료 정책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주대학교 교수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서 “환자마다 쌓여가는 (진료비) 삭감 규모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도 이르렀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 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와 특수 약품의 수는 적지 않다”며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삭감이 잦았다고 이 교수는 털어놨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분은 고스란히 병원 몫이다.
이 교수는 “보험심사팀은 삭감률을 줄여야 했으므로 삭감될 만한 진료비를 미리 경고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필수적 치료를 줄일 순 없었다”며 “그건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닌 목숨을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청구서가 거대한 화살이 되어 자신을 정조준했다며 힘겨운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며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고 비참함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이 글에서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앞다투어 나서는 정치권 사람들이 간신히 조금씩 해마다 남기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새로운 보장성을 확대하는 선거철 공약사업 해결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관료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움직여 보건의료 정책은 여태껏 헛돌았고 앞으로도 계속 헛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정인기자
관련기사
- 워싱턴포스트, "北귀순병 사건의 '맥드리미'"…이국종 교수 조명 지난 13일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를 넘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중증외상센터)에게 외신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북한 귀순병의 회복을 위해, 한국인들이 이 의사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 교수를 조명했다. 신문은 "대담하면서도 세심한 매력남 의사 없이는 의학 드라마가 완성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의 '맥드리미'(McDreamy)는 이 교수"라고 보도했다. 맥드리미는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남자 주인공 닥터 셰퍼드의...
- 김종대 "이국종에 상처 줬다면 사과…조만간 통화·방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3일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을 비판한 것과 관련, "사태가 조금 진정되면 (이 센터장을) 찾아뵙고 허심탄회하게 오해를 풀고, 마음에 상처를 준 부분이 있다면 해명도 하고 사과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중간에 어떤 분을 통해서 조만간 통화라든지 방문을 타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센터장이 치료 중인 북한군 귀순자의 의료기록을 지나치게 상세히 공개한 것을 두고 '인격테러'라고 비판하고, 환자 정보 비공개...
- '이국종 교수 분노' 권역외상센터 여건 대폭 개선한다 보건의료당국이 등이 소속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귀순 병사 치료를 계기로 열악한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내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 청원에 서명자가 몰리는 등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는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시설과 인력지원을 더 확대하는 등 지원체계전반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열악한 환경과 처우로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기피하는 현실을 고려해 인력 운영비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권역외상센터 내 각종 의...
- 이국종 교수의 힘… 권역외상센터 여건 등 의료수가체계 손본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교수)의 귀순병사 치료를 계기로 열악한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보건의료당국이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시설과 인력지원을 더 확대하는 등 지원체계 전반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열악한 환경과 처우로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기피하는 현실을 고려해 인력 운영비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권역외상센터 내 각종 의료시술 과정에서 진료비가 과도하게 삭감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수가체계를 다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