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평원 중증환자 진료비 삭감 압박'에 괴로운 심정 토로
"삭감대상 진료는 사경 헤매는 환자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

▲ 22일 오후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귀순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수술 후 회복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학교에서 주는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내가 학교에 일부러 불이익을 안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어느새 적자의 원흉이 되어 있었다. 얼음장 같은 시선들 사이에서 수시로 비참했다. 무고했으나 죄인이었고, 나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나의 목숨이 내게 오는 환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속으로 우는 피에 숨이 잠겼다.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고,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의 수술과 치료를 맡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

인기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까칠한 칼잡이다. 그러나 한 꺼풀 들여다 보면 낭만이 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밴드부 지도교수다. 2014년 중부일보가 주관한 직장인밴드에서 ‘식스라인스’라는 밴드를 이끌고 축하공연을 할 정도로 기타 실력도 수준급이다. 2016년에는 직장인밴드 심사위원을 했다. 

그런 ‘낭만 칼잡이’ 이 교수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 쳐도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자신을 ‘연간 10억 원 적자의 원흉’이라고 표현하며 중증 외상외과 분야의 해결되지 않는 의료수가 문제와 보건의료 정책을 지적했다. 

▲ 2014년 중부일보가 주관한 직장인밴드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국종 교수가 기타를 치며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중부일보DB

이 교수는 아주대학교 교수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서 “환자마다 쌓여가는 (진료비) 삭감 규모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도 이르렀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 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와 특수 약품의 수는 적지 않다”며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삭감이 잦았다고 이 교수는 털어놨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분은 고스란히 병원 몫이다.

이 교수는 “보험심사팀은 삭감률을 줄여야 했으므로 삭감될 만한 진료비를 미리 경고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필수적 치료를 줄일 순 없었다”며 “그건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닌 목숨을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청구서가 거대한 화살이 되어 자신을 정조준했다며 힘겨운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며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고 비참함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이 글에서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앞다투어 나서는 정치권 사람들이 간신히 조금씩 해마다 남기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새로운 보장성을 확대하는 선거철 공약사업 해결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관료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움직여 보건의료 정책은 여태껏 헛돌았고 앞으로도 계속 헛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정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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