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잊었던 지진 공포가 되살아났다. 경북 포항에서 15일 오후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해 경주 대지진보다 규모가 작았는데도 체감 강도는 훨씬 컸다. 서울·경기도 등 전국이 흔들렸을 정도였다. 일단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진 발생 다음날 치러질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다. 교육부는 지진 발생 초기에는 수능 강행의지를 밝혔지만 본진 이후 지속적으로 여진이 발생하고 수능장으로 이용하는 학교의 피해가 보고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통령도 수능 관리대책을 지시하면서 결국 수능일이 1주일 뒤인 23일로 연기됐다.

포항 지역의 수능 시험장은 예비시험장을 포함 총 15곳인데 그중 10곳에서 피해가 발견됐다. 시험장에 균열이 생기고, 시설물이 작동하지 않거나 운동장에 금이 가기도 했다. 시험장도 문제지만 포항 지역 수험생들이 지진 공포로부터 심리적 안정을 찾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특히 경주 대지진 때 지진 발생 이튿날 무려 46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했던 점에 비추어 수능일에 안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5일 밤 8시 경 수능연기 결정을 발표했다.

수능을 강행했다가 여진이 발생할 경우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수능장의 대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시험의 공정성이나 형평성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수능 연기는 당연하고 신속한 결정이었다. 현재로선 수능 시험일에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점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대신 시험지 보안에 초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시험지가 교육청까지 배부된 상태다. 앞으로 1주일 간 각 교육청마다 경찰과 협력하여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철통 경비로 보안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일선 학교의 학업 일정은 수능 연기 전 계획대로 16일 등교 시간을 1시간 늦췄고, 수능 고사장으로 이용되는 학교는 예정대로 하루 휴교했다. 포항 지역의 학교는 일단 16~17일 이틀 간 휴업했지만 여진 발생 상황에 따라 변수가 예상된다. 수능 일주일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학 입시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수능 직후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학별 고사 일정이나 수능 성적통지일도 줄줄이 미뤄질 전망이다. 전국의 수험생들이 수능 연기로 인해 긴장의 끈이 풀리거나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23일에는 수능이 치러질 수 있도록 여진 발생 가능성도 고려하여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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