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해 지고 가을 단풍도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절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면 김장은 일년지대계(一年之大計)라 할 만큼 중요한 집안의 연례행사로 여겨진다.

과거를 회상해 보면 지금 시절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들은 월동준비를 하시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셨다. 연탄준비가 겨울을 준비하는 채비라면 김장은 일년동안 가족의 식생활을 준비하는 시작이다.

필자도 어머니를 도와 고사리손으로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배추를 나르고 절구고 행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김장을 담그는 특별비법도 없었고 좋은 재료라 할 수도 없는데 배추로 배춧속 양념 싸서 입에 넣어보면 칼칼함, 담백함, 시원함, 알싸함, 청량감의 오감이 입안에서 미각을 희롱한다.

김장 담그는 날은 가족의 만남의 날로 서로간 이야기도 나누고 품앗이 온 아주머니들의 이야깃거리로 온 동네가 잔치날처럼 시끌벅적 했다. 어머니와 이웃집 아주머니들은 김장담그기 전야제로 배추를 절이고 무를 썰면서 분주한 손놀림을 보이시고 할아버지, 아버지는 짜다, 달다 하시며 간에 대한 품평을 거들어를 주셨다.

김장 D-day를 거쳐 담가진 김장김치는 우리가족 한겨울 주메뉴로 자리잡으며 돼지고기와 함께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로, 돼지고기 수육을 사랑으로 감싸않으며 보쌈으로, 오래되었다 천대받지않고 묵은지로, 자신을 몸을 쭉쭉 찢어내는 희생정신까지 보이며 우리의 생활속 하나의 식탁문화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김장김치는 한국인의 밥상과 두터운 우정을 과시하며 꿋꿋이 의리를 지켜왔다. 김장김치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김장김치의 맛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김치는 우리의 밥상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발효 식품으로 섬유질,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소화또한 잘 되는 건강식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국위선양에도 앞장서고 있다.

동의보감으로 본 김치의 주인공인 배추는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기를 보충해주는 보양식으로도 통한다. 지난날 배추는 어릴적 불에 데인곳을 감싸주고 옻독에는 배추즙으로 환절기 감기에 배추국으로 특효를 발휘하며 의약분야에서도 몸 값을 톡톡히 했다.

필자는 지난 11월 9일 군포지역 새마을 부녀회원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300여분과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라는 행사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사랑의 김장배추 5,000포기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 나누어주며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다.

몇 년전부터 시작된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는 언제인가부터 사람과 사람사이에 정을 나누는 따뜻한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김장 담그기와 나누기 행사를 확대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좋을 듯하다.

경기도와 시군에서도 종교단체, 기관, 자원봉사자 등과 사회복지시설, 결손가정, 불우이웃에 대해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온 국민이 참여하는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 행사를 그려보며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 행사가 따뜻한 대한민국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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