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왔나 싶어 달력을 보니 지난주에 입동(立冬)이 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농촌에서 가을걷이를 끝내고 내년 농사준비에 들어가는 시기이다. 지난 봄 부터 여름까지 가뭄극복을 위해 동분서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농어촌공사도 다시 지역별 가뭄대책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영농급수 준비를 시작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올해와 같은 심각한 가뭄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저수지 준설로 물그릇을 키우고 가뭄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양수저류와 임시관로 설치 등을 통해 겨울 가뭄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0월 올해 경기지역의 가뭄 상황과 농어촌공사에서 추진했던 지역별, 단계별 대응노력 전 과정을 기록으로 담은 가뭄백서(기후변화에 대응한 가뭄 극복과 도전)를 책자로 펴내 되풀이될 수 있는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기지역 농업환경과 기후변화 특성을 반영한 중장기 가뭄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다목적농촌용수개발 등 신규 용수원 확보와 물그릇 키우기, 노후·기능저하 수리시설 개보수, 용수이용의 과학화, 지하댐 등을 활용한 용수원 다각화 등이다.

그 중 가뭄 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분야로는 신규용수원 확보와 노후·기능저하 수리시설 개보수를 꼽을 수 있다. 신규용수원 확보를 위해 현재 경기지역본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강화지구와 점동지구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사업비 446억원, 1,314억원)과 올해 7월 시행이 확정된 평택호-금광·마둔저수지 농촌용수이용체계재편사업(사업비 480억원) 등이 있다. 본부는 진행 중인 사업 외에도 북내지구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사업비 485억원) 등 총 10개 지구 사업비 2,291억원 규모의 추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지역본부에서 관리하는 용·배수로 12,827km(용수로 8,068km, 배수로 4,759km) 중 콘크리트 수로 등 구조물화 된 용·배수로의 약 30% 이상인 1,550km가 준공한지 오래되어 누수, 부식 등으로 인한 용수 손실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통수량 저하로 적기에 하류까지 물 공급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해 재해예방과 안정적인 영농을 위해서는 시설 개보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수계단위 광역 수리시설개보수사업은 특정 수원공이나 시설물에 대한 개보수가 아닌 준공한지 40년 이상 경과된 대규모 노후 용수공급시설 전 구간에 대한 개보수를 실시하는 사업으로 예산대비 사업효과가 크고 재해예방에도 효율적이다.

경기지역에서는 올해 착공한 평택 연화지구 광역 수리시설개보수사업(사업비 88억원)이 진행 중이며 사업이 완료되면 이 지역 5,816ha의 농경지에 더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연화지구 외에도 평택 청북지구, 송탄지구, 팽성지구 등 3개 지구에 대한 광역 수리시설개보수사업계획(총사업비 863억원, 전체 수혜면적 11,236ha)을 수립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기관과 경기도를 대상으로 사업시행을 위한 예산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기지역 가뭄이 평택, 안성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지역에 대한 수리시설개보수사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올해 유래 없는 가뭄으로 전국의 많은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영농급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막상 예상하지 못했던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임시적인 방편으로는 피해를 막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기후변화가 현실이 된 지금 또다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승주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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