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54위)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두 팔을 활짝 펴고 기뻐하고 있다. 정현은 이날 결승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37위·러시아)를 3-1(3<5>-4 4-3<2> 4-2 4-2)로 제압하고 처음으로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연합

국제 주니어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대회를 석권하며 ‘한국 테니스의 유망주’로 불렸던 정현(54위·삼성증권후원)이 이제 세계 무대의 ‘차세대 넘버 원’으로 주목받게 됐다.

정현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끝난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총상금 127만5천 달러) 정상에 오르며 21세 이하 젊은 선수들 가운데 최강자로 우뚝 섰다.

정현은 이 대회 세계 랭킹이 높은 8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순위로는 5번째에 불과했지만 상위 랭커들을 줄줄이 연파하며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출전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높아 톱 시드를 받은 안드레이 루블레프(37위·러시아)와는 조별리그와 결승전에서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따내면서 실력의 우위를 입증했다.

정현은 ATP 투어가 현재 21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 앞으로 톱 랭커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8명이 참가하는 대회를 창설한 첫 대회서 챔피언에 등극했다는 것은 세계무대에서 받게 될 주목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사실 정현은 이 대회를 앞두고는 우승 후보로 부각되지 못했다.

올해 시즌 막판 나달을 물리치고 US오픈에서는 16강까지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니스 샤포발로프(51위·캐나다)나 톱 시드를 받은 루블레프 등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현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샤포발로프를 꺾었고, 결승에서 루블레프마저 따돌리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정현은 한국 선수로는 2003년 1월 호주 시드니서 열린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대회서 우승한 이형택(41) 이후 14년 10개월 만에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른 2번째 선수가 됐다.

2008년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대회 12세부서 우승한 이듬해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IMG와 손을 잡고 형인 정홍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정현은 2011년 오렌지볼 16세부도 석권했다. 에디 허 12세부와 오렌지볼 16세부 우승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다.

유망주로 성장을 거듭한 정현은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과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단식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하며 간판으로 떠올랐다.

개인 최고 랭킹은 지난 9월에 기록한 44위, 메이저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은 올해 프랑스오픈 3회전(32강) 진출로 국내 기록인 이형택의 36위와 메이저 대회 16강(4회전) 진출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기량과 나이를 감안하면 언제 뛰어 넘느냐만 남아 있는 상태다.

정현은 경기 후 코트 위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히며 “ATP 관계자들과 이탈리아 팬 여러분, 오늘 여기에 와준 관중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나를 도와준 스태프들과 가족, 팬 여러분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현은 “매우 행복하다”며 “루블레프와는 조별리그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2017 시즌을 마친 정현은 “좋았던 때도 있었고 힘들었을 때도 많았다”고 돌아보며 “투어 대회 4강도 가보고 메이저 대회 32강에 간 것은 수확이었지만 프랑스오픈 끝나고 컨디션이 좋았을 때 부상으로 쉬게 된 점은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오창원기자/cwo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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