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도한 노선제한
12년간 경기도 증차요구 39% 실패… 서울시 '대기오염 등 이유' 거부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경기도민 10명 중 1명은 오늘도 안전벨트도 없이 손잡이 하나에 의지해 서울까지 수 십㎞ 출근길에 오른다.

도로는 수도권 전체를 거미줄처럼 잇고 있지만 행정은 여전히 자기 지역만을 대변하고 있다.

위험한 입석버스를 줄이기 위해 노선 증편 등 행정지원이 필요하지만 수도권으로 얽혀있는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 간의 입장은 다르다.

경기도는 서울시로 가는 버스를 늘리기를 원하고, 서울시는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을 이유로 증차를 원치 않는다.

 예산과 보조금 등 수도권 교통정책 곳곳에서 기관간 톱니바퀴가 어긋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이 떠안고 있다.

 본보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광역교통청의 필요성을 짚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수도권 교통의 현 상황과 문제점, 대안 등을 제시해 본다. 

▲ 출근시간대 광역버스의 부족으로 입석이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수원역 앞 승강장에서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앞으로 광역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노민규기자

경기도민의 위험을 감수한 입석 출퇴근은 서울시의 과도한 버스 증차 제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최근 12년간 경기도가 요구한 버스노선 증차 요구 10건 중 4건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기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760건의 광역버스 증차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 중 294건(39%)이 서울시의 부동의로 증차에 실패했다.

경기도와 서울시의 광역버스 노선 증차 협의 성공률은 2006년 절반 이하인 43%에서 증감을 반복하다가 2014년 65%, 2015년 78%, 2016년 74%, 2017년 65%로 늘어났다.

그러나 특정 노선을 늘리려면 다른 노선을 감차해야 한다는 서울시 정책 때문에 실제 경기도민들이 타는 버스 수는 그대로라는게 도의 설명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시의 증차 동의율이 54% 수준이었다가 최근 4년간 71%로 늘어났지만 이는 허수”라면서 “서울시가 특정 노선의 버스를 늘리려면 다른 노선을 줄여야 하는 쿼터제를 요구하고 있어 전체 버스의 수는 제자리 걸음”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기도는 지난 8월 출근시간 170명 중 39명이 서서가는 7111번(파주 교하~서울역) 버스 2대를 늘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도심지역 진입 노선 증차가 불가능하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2대 늘어난 5100번(수원 경희대~서울 신논현역) 증차 사례도 실제로는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괸 사례다.

경기도는 5100번 버스를 늘리기 위해 기존 버스 2대를 줄이고 2층 버스 2대를 늘려 서울시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경기도가 순수하게 2대를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100번 버스는 출근시간 1천487명의 경기도민이 이용하는데 이 중 15%(229명)가 서서가고 있다.

이 같이 서울시가 버스 증차를 과도하게 제한하면서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 10명 중 1명은 위험한 출근길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기준 서울 방면으로 출근하는 광역버스 이용객 8만1천598명 중 7천870명(9.6%)이 입석버스를 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선 협의가 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도심혼잡이다. 버스중앙차로에서 버스가 이어지는 버스열차 현상을 막기 위해 시간당 40대의 기준을 두고 있다”면서 “도심지역에서 도로가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차내 혼잡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승객이 적은 노선을 승객이 많은 노선으로 돌리는 증감차 요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윤성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