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선후배 사이지만, 가을만 되면 벼랑 끝 승부를 가리는 라이벌이 된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과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벌써 세 번째 포스트시즌 맞대결을 펼친다.

올해 정규시즌 NC를 4위에 올려놓은 김경문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NC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시작한다. 경기는 잠실구장과 마산구장을 오가며 5전 3승제로 펼쳐진다.

이전까지는 ‘후배’ 김태형 감독이 계속 승리를 가져갔다.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이 3승 2패로, 2016년 대망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이 4승 무패로 NC를 이겼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두산은 창단 첫 한국시리즈 2연패와 21년 만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그런데도 김태형 감독은 눈물을 쏟았다. 기쁜 마음과 동시에 ‘선배’ 김경문 감독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김태형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감독이라는 자리가 참 힘든 것 같다. 1등만 알아주고…”라면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어 “제가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까지 왔다”며 “두산이 강한 이유도 김경문 감독님이 화수분 야구로 많은 선수를 키워내고 그 기반을 다져서 제가 이렇게 받아서 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전신인 OB에서 함께 포수로 뛴 선후배다.



김경문 감독은 1982년 OB에서 우승을 경험했고, 김태형 감독은 1995년 우승 멤버다.

둘은 1990년과 1991년에는 OB에서 함께 포수 마스크를 썼다.

두산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점도 같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 사령탑에 올라 팀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두산에서 6번, NC에서 4번 총 10차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명장이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맡아 금메달을 이끈 업적도 남겼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고 감독으로 데뷔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고 올해 3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을 향한 존경심을 잠시 접어두고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먼저 따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시리즈에 오르려면 플레이오프에서 이겨야 한다. 우승 도전과 가을야구 마감의 갈림길에서 두 감독이 정면승부를 벌인다.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16일, 두 감독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만났다. 각자 임전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설명할 기회를 가졌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김경문 감독님께서 축하한다고 하시고 가시는 모습을 봤다. 두산에서 3년간 옆에 있었던 분이다. 이름이 떠오르면 가슴이 찡한그런 분이다”라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뭉클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2등을 많이 해본 사람의 가슴앓이는 남들은 잘 모를 것”이라면서도 “자부심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두산을 만나서 김태형 감독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멋지게 시합해보겠다”고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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