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제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을 환영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기업들은 기존의 직무능력 평가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일단 분명한 것은 채용 과정에서 편견을 없애고 공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응시자의 증명사진, 개인 인적사항을 배제한다. 출신대학과 학점까지 배제한 점에서 기존 채용 방식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블라인드 채용제는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음으로써 지원자의 출발선을 맞춰 동등한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간 관행적으로 행해져 왔던 채용 비리도 확실하게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비용과 시간 등 만만치 않은 스펙 쌓기의 고충에 시달리던 취업준비생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직까지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민간 기업들은 여전히 입사지원서에 부모의 재산과 소득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기입하도록 하고 면접 시 노골적으로 부모의 배경을 묻는 경우도 있다.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기존 스펙 위주의 채용으로 획일화된 사람들이 계속 뽑히는 것을 막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뽑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제가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식과 기준을 설정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 어디까지 노출해야 할지, 직무 능력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캄캄한 바늘구멍 뚫기’란 말도 나오고 있다. 이를 노린 사설학원들의 기승도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의 역차별도 지적하고 있다. 학벌이나 성적도 중요한 자기 관리 능력이란 점에서 나온 논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드 채용제는 공정성과 도덕성, 동등한 기회 제공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법이다. 채용 선발 절차와 과정, 결과를 투명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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