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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카탈루냐

2017년 10월 11일(수)
이인재

카탈루냐는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이며 우리가 잘 아는 바르셀로나가 있다. 영어로는 카탈로니아라고 부른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하고 공업이 발달한 곳이며 인구는 약 760만이다. 면적은 스페인 전체의 10%이나 경제의 20%이상을 담당한다.

옛날에는 아라곤 왕국에 속했으나 1469년 마드리드가 있는 카스티야 왕국과 병합하여 지위가 추락했다. 독자 언어와 문화를 유지한 자치 국가였으나 프랑코 독재정권 시절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탄압을 받았다.

경기도와 카탈루냐는 1999년 3월 15일 임창열 지사와 조르디 뿌졸 정부수반(자치지역이기에 현지인들은 대통령, 수상이라고 부른다)간에 자매결연을 체결하여 20년 가까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역대 지사와 도의회에서 자주 방문하고 문화교류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뛰는 모습이 새겨진 기념석과 동판이 건립되어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강대철 조각가의 헌신과 경기도 안성출신 고 조병화 시인의 축시도 같이 새겨져 1년에 무려 3000만 명이 방문하는 바르셀로나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당시 문화관광국장으로 실무를 담당했던 필자와 박효갑 체육과장은 2년 동안 23번을 방문하여 이 일을 성사시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사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기로 결정되었다. 스페인 내전 때문에 포기했던 그들의 과거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었던 손기정선수의 슬픈 역사를 비교하면서 황영조는 우리나라로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설득하자 그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황영조는 강원도 사람인데 왜 경기도에서 예산을 세워 동상을 세우려하느냐는 일부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황영조는 강원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황영조’라면서 뚝심있게 밀어부친 지사와 예산을 통과시킨 당시 도의회에 고마울 따름이다. 재밌는 것은 당시 황영조는 주민등록이 남양주시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드리드에 있던 우리나라 스페인 대사라는 분은 경기도에서 되지도 않을 일을 한다며 본국에 보고하여 청와대에서까지 우려를 표명하였는데 중부일보를 비롯한 지방언론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간난신고 끝에 마무리되었다.

일을 하다보면 막상 일 자체보다 주변의 방해와 질시가 더 힘들다는 것을 실감한다. 몬주익 언덕에 황영조 동상을 세우는 것은 서울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한 외국선수 동상을 경복궁 옆에 세우는 것과 같다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막상 제막식이 열리게 되자 대사가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 참 뻔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었다. 신임대사는 현장을 보고서 감격하여 국가도 할 수 없는 일을 경기도에서 했다고 연신 칭찬이었다.

얼마 전 현장을 다녀온 분 얘기에 따르면 많은 외국인들이 황영조 기념물 앞에서 사진 찍느라 대기하고 뛰는 모습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동상 앞이 하도 닳아 흙바닥이어서 옥돌이나 자갈을 깔았으면 좋겠다고 경기도에서 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카탈루냐 주민들은 스페인 정부에 반발하여 독립 찬반투표에서 찬성에 92%라는 몰표를 줬다. 카탈루냐 주민들이 내는 세금의 10% 정도가 스페인의 다른 낙후지역 발전에 사용된다. 자치권한에 비해 많은 부담을 하는 것이 불만의 근원이다.

투표 당일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여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스페인 정부 역시 강경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독립 선언 시 유혈사태도 예상된다. 부디 최선의 묘책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카탈루냐가 어려울 때 경기도에서 외교적 마찰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들을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좋은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울 때의 친구가 진짜 친구란 말처럼.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 전 파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