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와 아쿠아리스트 그리고 편의점

▲ 151번 짝꿍 버스기사 박영관(왼쪽) 씨와 한영철 씨.
"명절 보낸 승객들을 보면 마음이 좀 그래요…. 먹고 살아야 하니."

 동아운수 151번 박영관(59) 기사님은 장남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고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설에는 그럴 수 없습니다.

 시내버스는 오전, 오후 2교대입니다. 두 명의 기사가 한 대의 버스를 담당합니다. 서로를 '짝꿍'이라고 부릅니다. 오전 3번, 오후 2번 운행합니다. 우이동을 출발해 흑석동 중앙대학교를 돌아오는 노선입니다.

 추석과 설 중 한번 근무하면 다음 명절에는 연차를 쓸 수 있습니다.

 다음 설에 오전 근무이면 오후 '짝꿍'과 교대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봅니다.

 "아프거나 상을 당하거나 하는 거 외에 오전, 오후 교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에요"

 26년 경력의 박 기사님은 그렇게 일을 했습니다.

 "좋고 말고가 없어요. 그냥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요."

 2녀 1남의 아버지인 그는 손자를 원하는 아버님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전남 화순의 가난한 집안이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아버님은 장남이니 고등학교에 가라고 했습니다. 그는 여섯 식구 먹고살 일이 걱정이라며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관철동 쌀가게에서 자전거 배달을 했습니다. 군대 전역 후 택시를 하다 봉제회사에 다니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같이 봉제사업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아내의 권유로 버스 기사가 됐습니다. 택시보다 안전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들이 제일 걱정이에요"

 퇴직금 미리 받고, 집 담보 대출로 아들을 대학에 보냈습니다. 그는 "숨 좀 쉬자"며 1학년 마친 아들을 군대에 보냈습니다. 졸업 후 아들은 공무원 시험에서 두 번 떨어졌습니다.

 자식 셋을 키웠습니다. 큰딸이 이번에 시집을 간다고 밝게 웃습니다.

 새벽 4시 반 첫 버스는 시내로 일하러 가는 사람으로 꽉 찬다고 합니다. 다 태우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늦은 밤 버스는 손사래를 칩니다. 취객 때문입니다.

  151번 버스는 소녀상으로 유명했습니다. 45일간 5대의 버스가 소녀상을 태웠습니다. 지난 2일에는 소녀상을 고향으로 보내는 행사도 했습니다.

 소녀상 버스를 탄 일본 사람들은 표정이 굳어진다고 합니다. 반면 중국 사람들은 기념사진도 찍고 친근하게 소녀상을 대한다고 합니다.

버스 안에서 인터뷰하고 있는데 '짝꿍' 한영철(55) 기사님이 들어옵니다. 말이 오후 교대이지 저녁 6시가 다 된 시간입니다. '짝꿍'들이 버스 청소를 합니다.

 "형님, 카메라만 들면 청소를 열심히 하시네."

 "그럼 그럼, 영철아 뒷문이나 열어."

 단짝 짝꿍처럼 보입니다.

 휴일인 오늘도 버스는 달리고 있습니다.

 "아쿠아리스트는 하루 이만 보를 걷는다?"

 63빌딩 한화아쿠아플라넷63 아쿠아리스트 신한섭 씨는 작년 12월 입사했습니다.

9대1 경쟁률이었습니다. 아쿠아리스트는 자주 뽑지 않습니다. 지방의 작은 아쿠아리움에서 있던 신 씨는 채용사이트를 매일 들여다 봤습니다. 검색어는 '수족관', '동물원', '아쿠아리스트'. 지금은 이곳에서 붉은바다거북과 해수소형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전 9시 아쿠아리움 내 담당 어종을 살펴보는 것으로 업무가 시작됩니다. 관람객 동선에서 관찰합니다. 이상이 없으면 먹이를 준비합니다.

 먹이는 하루에 두 번 줍니다. 먹이를 준비하는 모습은 생선가게 직원 같습니다.

준비실에 하나둘 아쿠아리스트들이 몰려듭니다. 자신의 업무가 없으면 다른 이들의 먹이 준비를 도와줍니다. 9시 반에 시작한 먹이 준비는 10시 반이 넘도록 계속됩니다. 손이 많이 갑니다.

 5년 차 오찬헌 씨는 사료 담당입니다.

 "사람이 먹는 거보다 좋은 거 먹여요…. 조금만 상처 나도 먹이로 주지 않아요.

"

 다듬어진 양보다 버리는 게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수질관리 탓에 내장제거 등 손질을 많이 합니다.

 1년 차 홍창의 씨는 생선을 하도 많이 손질해서 회로 먹지 않는 어종도 있다고 합니다.

 "그 생선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회는 절대로 먹지 않아요."

 몸에서 비린내가 가실 날이 없습니다.

 9년 차 이선미 씨는 향수를 뿌릴 수 없다고 합니다. 화장도 향이 약한 걸 합니다. 동물들이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먹이 손질을 마친 신 씨가 바쁜 걸음을 옮깁니다. 11시 20분 본인의 공연 전에 먹이 주기를 끝내야 합니다.

 화려한 수족관 뒤는 미로 같습니다. 수많은 배수관이 머리 위로 지나갑니다.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빨리 이동하기 위해 관람객들 동선에 있는 '직원 외 출입금지' 문을 여러 개 통과합니다.

 스킨 스쿠버 복장을 챙기러 가는 신 씨가 만보기를 보여줍니다. 11시인데 8천5백보가 넘었습니다.

 "만 보는 기본이고 많이 걸으면 하루에 이만 보도 걸어요."

 신 씨가 수족관 안에서 가오리들에게 먹이를 줍니다. 수족관 밖에서 사회자가 안내방송을 합니다. 수중 스피커가 있어서 신 씨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쿠아리스트들은 대부분 연휴에 일하는 것에 불만이 없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신 씨가 말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일이 힘든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취미(물고기 키우기, 스킨스쿠버)로 하는 걸 저는 직업으로 하고 있잖아요."

 "점심은 피크시간이 지난 후에 주로 편의점 음식을 사서 먹어요."

 강남의 한 편의점 본사 직영점. 오소담 점장은 입사 1년 차입니다. 점장 경력은6개월입니다.

 직영점 점장은 위 관리자로 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다른 일반 매장보다 까다롭습니다. 직원도 많습니다. 두 명의 사원과 여섯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관리해야 합니다.

 남자 아르바이트생 중엔 오 점장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질문에 오 점장이 말합니다.

 "저는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해요."

 결원이 생긴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것도 점장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입니다. 단기 결원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점장의 업무가 됩니다.

 "결원을 채우지 못해 한 달을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한 적도 있어요."

남자 직원이 없는 시간에 오는 물류를 나르는 것도 꽤 일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관리자로서 빠른 판단을 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6월 낮에 5시간 정도 정전이 됐어요. 냉동식품은 문을 열지 않으면 두 시간은 유지할 수 있어요. 근처 가맹점들에 양해를 구해서 제품을 옮겼어요. 다행히 문제가생긴 제품은 없었어요."

 연휴에도 일하고 그러는데 힘든 거는 없느냐고 물어봅니다.

 별로 없다는 그녀.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유통업계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최종면접에서만 8번 떨어졌어요. 앞으로 FC(영업지원 담당)가 되고 싶어요."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