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철골·무너진 다리 등 붕괴 잔해물 현장에 그대로
주민들 "매일이 공포" 호소… 조사특위 발의불구 활동의문

▲ 평택국제대교 붕괴가 한달여가 지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붕괴현장에는 치우지 못한 사고 잔해가 정리되지 않고 있으며 43번도로 밑의 신대교차로의 교통이 여전히 통제되고 있어 평택국제대교 붕괴현장은 아직도 사고시점에 머무르고 있다. 노민규기자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로부터 한 달이 지난 25일 오전.

평택∼화성고속도로 오성IC를 빠져나와 43번 국도 천안·세종방면 하행선을 타고 달리다보면 처참한 붕괴현장을 가리기 위해 설치된 펜스가 눈에 띄었다.

사고현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신대교차로는 아직 채 마치지 못한 철거작업으로 인해 상·하행 모두 바리케이트로 굳게 닫혀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차를 돌리기 위한 다음 교차로를 찾기 위해서는 도계(道界)를 넘어 충청남도 아산까지 가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 주변은 여전히 사고당일 그대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모습이다.

현장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출입로인 계양야구장 앞 비좁은 2차선 도로는 현장에서 반출되는 사토를 실은 덤프트럭이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오갔다.

덤프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뿌옇게 올라오는 흙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살수차들이 동원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평택시 팽성읍 본정리부터 포승읍 신영리까지 11.69km를 잇는 평택호횡단도로 구간 중 하나인 평택 국제대교는 지난달 26일 오후 3시 20분께 총길이 240m, 폭 27.7m 규모의 상판 4개와 이를 받치고 있던 교각 1개(P16)가 20여m 아래 호수로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시 차량 2대가 파손됐지만, 현장에서 작업 중인 인부 17명은 다행히 다른 장소에서 휴식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즉각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60일간 원인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9일 전면통제됐던 43번 국도가 재개통되면서 국제대교 붕괴사고는 점차 세간의 관심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하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붕괴 당시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위의 원인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신대교차로를 비롯한 주변지역 통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사고 한 달여가 지나도록 철거되지 않고 있는 붕괴 잔해물 또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국제대교 현장에는 붕괴 당시 땅속으로 파고든 상판 일부분과 철골구조물들이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상태다.

신대2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아직도 흉측하게 무너진 다리가 남아있는걸 보면 한 달이 지났지만 사고 당시가 생생히 기억난다”면서 “만에 하나 다리가 다 지어진 후에 무너졌거나, 이번에 무너질 때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평택시의회 또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조사특위를 구성키로 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위 구성을 대표발의한 오명근 시의원은 “사고지역이 지역구라 그런지 몰라도 2년 전부터 공사현장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들이 들어와 이를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특위 구성을 발의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참여하는 의원이 3명에 불과해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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