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인천지역 한 예비군 동원훈련장을 갔다. 올해가 예비군 훈련 6년차. 마지막 훈련이다.

훈련 시간표대로 진행되던 과거의 예비군 훈련과 달리 조별 참여형 예비군 훈련으로 변경됐다.

조교의 인솔 없이 예비군 10명이 한개 조로 편성돼 교장을 이동하며 훈련을 받는 방식이다.

각 분대 별로 정해진 훈련과정을 이수하거나 통과하면 휴식시간이 보장되고 퇴소시간도 빨라진다.

이날은 250여명의 예비군이 참여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됐던 훈련은 오후 3시 10분께 거의 끝났다.

훈련을 마친 예비군들이 안보교육관으로 집결했다.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맘때쯤 퇴소를 진행했다. 그런데 퇴소는 없었다.

퇴소 지연이유를 몰랐다. 20분 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군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구청장님이 부대에 방문하시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탄식이 흘러나왔다. 반발했다.

물론 구청장은 통합방위협의회 위원이니 군 부대 방문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예정에도 없었고 예비군들의 퇴소 시간이 늦쳐졌다는 점이다.

1분이라도 조기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던 예비군들의 허탈한 감정이야…. 구청장의 격려사는 5분 정도였다. 5분을 위해 20여분을 기다린 셈이다. 조기퇴소는 없어졌다.

예비군 6년차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해당 부대 연대장과 차를 마셔 늦어졌다고 한다. 예비군 중에는 생계를 위해 야간 일을 하고 온 직장인도 있을 텐데….

군 관계자는 퇴소가 오후 4시니까 문제 없다고 했다. 그건 훈련 시간표대로 진행될 때나 할말이다. 군 관계자는 그러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달라고 했다.

지난 2010년 현역 군인 시절 이순진 전 합참의장(당시 육군 2사단장)의 정신교육 때 한말이 문득 떠올랐다. ‘훈련 이후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현역보다 못한 훈련이어서 씁쓸하다.

이정용 인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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