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대명사격인 ‘햄버거’의 어원은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유래한다. Hamburg에다 -er을 붙여 함부르크 사람이나 그 지역 물건을 뜻하는 이 독일어 ‘함부르거’가 어떻게 샌드위치의 대표적인 이름인 ‘햄버거’가 되었을까? 이달 초, 전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과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서 호기심에 그 기원을 재정리해보았다. 13세기 초 ‘칭기즈 칸’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할 때다. 몽골의 기마병들이 군량(軍糧)으로 소금 간을 한 양고기 조각들을 납작한 가죽부대에 담아 그들이 탄 말의 등과 안장 사이에 넣고 달렸는데, 고기는 말을 달리면서 반복하여 체중에 의해 눌리게 되니 자연히 먹기에 좋게 부드러워졌다. 이는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C레이션’처럼 당시 훌륭한 전투식량이 되었을 법하다. 이후 칭기즈 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이 1238년 모스크바를 점령하면서 고기를 갈아먹는 몽골의 식문화가 전해졌고, 러시아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생고기를 갈아 거기에 양파와 날달걀을 섞어 익혀 먹었는데 그 이름이 몽골족을 지칭하는 ‘타르타르스테이크’이다. 이것이 17세기에 독일 함부르크로 전해졌고, 이후 선원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뉴욕에 전해지다 19세기 초, 함부르크 항을 통해 대거 미국으로 건너간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햄버거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면서부터다.

가끔, 어떤 일이나 사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와 연관된 것들이 쉬 눈에 들어온다. 맥도날드 창립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파운더(Founder)’란 영화도 그랬다. 인터넷 서핑 중에, M자 모양의 커다란 황금 아치를 그린 이 영화 포스터가 눈에 띈 것도 앞서 말한 뉴스를 접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다. 그런 호기심에 개봉관을 거친 지 한참이 지난 영화를 TV로 보게 되었고 또, 그 두 개의 황금 아치를 보는 순간, 문득 80년대 초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의 힘겹든 유학시절, 그곳 구 시가지의 “게트라이데가쎄”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주인장으로부터 들었던 얘기 하나가 생각났다. ‘Gasse’는 ‘골목길’이라는 뜻이다. 이런 예쁜 이름처럼 폭이 좁은 그 ‘골목길’에는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어 관광객들의 필수 탐방코스이기도 하지만, 그곳을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한 가지는 상가나 레스토랑 앞에 걸려있는 오랜 전통의 아담한 수공예 철제간판들이다. 그런데 당시 그 거리에 맥도날드가 들어 오려하자 상인조합에서 반대를 하고 나섰는데 이유인즉, 투박하게 생긴 큰 아치형의 M자 간판을 그 거리에 내 걸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맥도날드는 그 골목길 고유의 전통적인 예쁜 수공예 간판을 달기로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그곳에 입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잘츠부르크를 여행한 분들이라면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그 예술적인 맥도날드 간판과,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 서 기다리던 관광객들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는, 당시 52세의 외판원이었던 ‘레이 크록’이 자신이 팔고 있던 멀티 믹서를 한꺼번에 여덟 대씩이나 주문한 곳이 도대체 어떤 업체인지 궁금하여 먼 길을 달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너무나 미국적인 ‘맥도날드’라는 이름과, 황금빛 아치 그리고 무엇보다 스피디한 패스트푸드 시스템에 매료된다. 이후, 사업의 확장보다 품질 관리를 우선하는 원칙주의자인 ‘맥’과 ‘딕’ 두 형제로부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분을 사들이면서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창립자가 되어 거대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뒤바뀐 ‘창립자’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며칠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것처럼 한마디로 냉혹한 미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는듯했다. ‘맥’ 형제와 ‘레이 크록’의 각기 다른 가치 추구를 보며 관객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겠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한편으론 ‘배움과 도전의 장은 도처에’ 라며, 마치 이 시대의 힘든 청년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도 했다.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라 한다. 우울한 현실이지만 뒤돌아보면 어느 한 시절 어렵지 않은 시절이 있었나 싶다.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혜안과 도전으로 큰 성공을 거둔 ‘레이 크록’의 “끈기와 의지를 가지라”는 외침이 들리는듯하다.

박정하 중국 임기사범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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