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 운용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생각보다 비리 규모가 컸다. 2013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에 총 1130건의 신고가 접수돼 679억 원이 부정수급 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중 총 580억 원이 환수됐고, 부정수급 관련자 534명이 형사 처벌됐으며, 관련 공무원 107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나마 권익위가 복지·보조금 부정수급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다양한 홍보 활동을 한 결과 많은 금액을 환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적발된 부정수급의 형태를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있지도 않은 원아와 교사를 등록시키거나 파트타임 교사를 정교사로 허위 등록하여 보조금을 받아 챙긴 어린이집 원장도 있고, 유령 교육생을 등록시켜 보조금을 빼돌린 학원도 있었다. 심지어 노숙인을 유령회사 직원으로 둔갑시켜 정부 지원 전세자금을 무더기로 받은 경우도 있었고, 고액의 수입이 있으면서도 소득액을 허위로 신고해 기초생활급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아예 보조금을 용도 변경하여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증빙서류 허위 작성 등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었다.

이처럼 부정수급이 생각보다 많은 것은 보조금이 지급된 후 사후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정수급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조금이 그저 눈먼 돈으로 보이는 것이다. 보조금 신청 단계에서 무자격자나 중복신청자 등을 걸러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크다. 기본적으로 신청 단계에서부터 확실한 자격 검증을 하여 수급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에도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보조금이 엉뚱하게 새는 일을 막아야 한다.

정부보조금은 모두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용된다. 부정수급 사례가 많이 발생할수록 큰 틀에서 국가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정작 지원받아야 할 사람들이 지원에서 소외되는 불합리한 경우가 생긴다. 보조금은 눈먼 돈이란 인식하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류만 통과하면 된다는 식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관련 공무원과 수급자의 인맥으로 인한 짬짜미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공무원의 자성과 엄격한 기강 확립이 필요하다. 부정수급 근절을 위해 상시적 신고센터 운영도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민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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