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각종 인구통계는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2016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7명을 기록, 7년 만에 다시 최저치를 경신하였고 ‘장래가구추계’를 살펴보면 2026년부터는 전국 17개시도 모두에서 1인가구가 가장 주된 형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위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OECD 35개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예를 13년 째 가지고 있다. 2016년 9월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총 13,513명 하루 평균 37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였다고 한다.

13년 째 자살률 1위인 나라, 9년 뒤면 전 세대 중 1인 가구가 가장 많아지는 나라, 새 생명의 잉태도 꺼리는 나라. 희로애락을 함께할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분명 북한 핵무기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운 이 시기, 국민을 보듬어 안고 위로하며 각종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진정한 공익수행자는 누구인가, 나는 분명하게 사회복지실천가라고 얘기하고 싶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벌이 하는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의 올바른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보육교직원, 자녀의 효를 대신하여 노인장기요양의 질을 결정하는 요양보호사, 학대받은 아동에 대한 구조와 일시보호, 가정폭력에 대한 개입이나 지역주민의 고충처리 등 국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가장 먼 곳을 바라보는 사회복지사 등 사회적 갈등과 과제의 부산물은 사회복지실천가의 몫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복지실천가’는 단순한 직업인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이고 ‘희망’인 것이다.

필자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현장의 뜻을 모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을 함께 할 당시 일각에서는 ‘왜 사회복지실천가만을 위해 법률을 제정하느냐’ ‘직업군마다 개별법을 만들 것이냐’는 비아냥거림이 있었다.

사회복지실천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이들이 국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우대’나 ‘특혜’가 아닌 국가의 미래 아젠다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사회복지실천가가 예전처럼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고 희생하기만을 바라는 현실에서는 이 위기를 타계할 수 없다.

국가의 재정이 여유롭지 못하던 시절, 공무원에게 높은 급여 대신 막강한 행정권한을 주고, 교직원에게 사회적 명예를 주었듯이 이 시대 진정한 공익수행자인 사회복지실천가에게도 역할과 노동에 상응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다행히 처우법률이 제정되어 처우와 지위향상에 대한 국가책임이 명문화 되었고 법률에 근거하여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공제회가 설립되었지만 현장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실질적인 재정지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또한 복지정책 수립 시에도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현안을 시시각각 접하면서 여러 계층의 삶을 이해하고 있는 현장의 실천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실제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하는 현장에서 근무를 한다. 현장을 잘 아는 실천가만이 위기대처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관련 제도도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라고 인식하는 이 순간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사회복지실천가가 보다 인정받고 귀하게 쓰임 받고자 하는 필자와 현장의 바람이 불씨가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 동력의 원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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