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시공사 선정 방식 중 하나인 제한경쟁입찰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수의계약 요건을 만드는 방법으로 제한경쟁입찰이 일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3일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제한경쟁입찰의 입찰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해 유찰을 유도하고, 최종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려한다는 의견이 접수된 상태”라며 “제도 자체에 문제점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경쟁입찰은 부실 업체의 참여를 걸러내기 위해 도입한 시공사 선정방식으로조합이 특정 조건을 내걸어 입찰에 부치는 것이다.

일반경쟁입찰의 경우 건설사 2곳 이상이 참여하면 입찰이 성립되지만, 제한경쟁입찰의 경우 최소 5개 이상의 업체가 응찰해야 유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일부러 유찰을 유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입찰에서 3회 이상 유찰될 경우 경쟁이나 조합 찬반투표 없이 수의계약으로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어서다.

실제 서초구 방배 5구역의 경우 시공사 선정 공고에서 ▶ 건설사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공동도급을 금지하고 ▶입찰보증금 400억원을 입찰 접수 전까지 현금 50억원과 보증보험증권 350억원을 납부한 업체 ▶ 사업비 1천100억원을 시공사 선정후 45일 이내에 현금으로 납부하는 업체 ▶ 2016년도 시공능력평가액 15위이내 업체 ▶ 입찰 공고일로부터 가장 최근 회사채 신용평가등급 A+ 이상인 업체로 입찰 자격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최근 세 번에 걸쳐 열린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 등 1∼2개 건설사만 참석하는데 그쳐 5개사가 참여해야 하는 입찰 조건을 성립하지 못했다.

이달 8일 진행된 이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3차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단 한 곳만 참여했다. 조합은 10일 수의계약 공고를 낸 상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보증금이나 사업비 납부 조건도 부담스러운 데다 회사채 신용평가등급 A+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는 15위 이내 5개사 뿐”이라며 “한 회사만 불참해도 입찰이 무효처리되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일원 대우 아파트도 제한경쟁입찰을 진행하면서 입찰 자격을 시공능력평가 7위 이내 건설사로 제한했다.

7개사 중 5개사 이상이 현장설명회와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데 지난달 30일 열린마지막 3차 시공사 현장설명회에서도 4개사만 참여해 최종 유찰됐다. 조합은 조만간수의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애초 성사되기 어려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3회만 유찰시키면 수의계약이 가능해 특정 업체 밀어주기로 제도가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투표나 경쟁 없이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한경쟁입찰의 취지는 살리되 시공사 선정 전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한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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