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문 닫아 불편…외국 관광객 위한 통역도 없어

▲ 세종대왕릉을 방문한 한 관광객 앞으로 세종대왕과 관련된 유물들이 있던 박물관이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세종대왕릉의 유적 종합정기공사는 오는 2019년 12월까지 진행된다. 김동성기자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보니 한글까지 공부하고 있어요. 한글을 어떤 분이 만드셨나 궁금해서 세종대왕릉을 왔는데 볼게 아무것도 없네요.”

지난 7일부터 1주일 간 한국 여행을 위해 일본에서 온 마가 미하루(38·여)씨. 그룹 신화의 민우를 좋아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수년 전부터 1년에 1~2번씩 서울과 부산을 주로 다녀갔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그는 자연스럽게 한국어 공부에 빠져 이번 여행에는 애민정신으로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을 만나기 위해 세종대왕릉을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실망감이 컸다. 주차장에 깔려있는 블럭들은 전부 깨져 있었고 아무리 한글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있어 통역이 필요했지만 세종대왕릉에는 영어, 일어, 중국어 등 통역사가 단 1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별자리의 위치를 살피는 천문기기인 ‘혼상’,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천문관측기기인 ‘소간의’, 낮과 밤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천문관측기기인 ‘일성정시의’ 등 유물에 대한 설명은 한글과 영어뿐으로 미하루씨는 이 유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실제 세종대왕릉에는 제대로 된 통역사가 없어 단체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할 때에는 인근 대형 아울렛에 통역 지원을 부탁해 오고 있었다.

더욱이 세종대왕릉은 내년에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영릉 유적 종합정기공사(2단계)’가 지난 4월부터 오는 2019년 12월까지 진행돼 곳곳이 공사중이어서 볼 것이라고는 세종대왕 동상과 왕릉, 유물 12점이 전부로 관광객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특히 이 세종대왕릉에는 편의점과 기념품가게 등 편의시설이 문을 닫거나 아예 부재해 더운 날씨에 물한병 사먹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평택에서 아이들과 어머니를 모시고 세종대왕릉을 방문한 정모(39)씨는 “괜히 온 것 같다. 아이들은 덥다고 물을 달라고 하는데 관광지에 흔한 편의점도 없고 공사에 풀깎는 소리가 시끄러워돌아볼 수가 없었다”며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돌같은게 차 밑에 끼어서 바닥이 긁혀 수리비가 나올 것 같다. 볼거는 없는데 비싼 관람하고 돌아가게 생겼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여주시 관계자는 “세종대왕릉은 유네스코 등재와 함께 현재 문화재청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공사도 문화재청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며 “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많은 관광객이 여주를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2019년까지 공사중이라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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