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년차 박신영(23)이 111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마침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박신영은 16일 경남 사천 서경타니 골프장 백호·주작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카이도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며 5타를 줄여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2013년 KLPGA투어에 입성한 박신영은 5년 동안 11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은커녕 톱10 입상도 딱 네 번뿐이었던 무명 선수.

정규투어에 올라와서도 시드를 지키지 못해 세 번이나 시드전을 치러야 했던 박신영은 올해도 1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컷 통과는 절반이 조금 넘는 일곱 번뿐이었다.

그나마 컷을 통과해도 순위는 바닥권이라 지금까지 상금이라야 투어 경비에도 못 미치는 2천886만원을 버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박신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끝에 ‘위너스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2019년까지 시드 걱정 없이 투어를 누빌 수 있게 됐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받은 박신영은 난생처음 시즌 상금 1억 원을 돌파했다. 박신영은 상금랭킹도 76위에서 21위로 껑충 뛰었다.

박신영은 “오버파만 치지 말자는 각오였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다시 시드전을치르러 가지 않아도 된다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2라운드에서 선두에 4타차 공동 8위 그룹 10명 가운데 한 명인 박신영을 우승 후보로 예상한 이는 이 날 중반까지도 없었다.

2번(파4), 4번홀(파5) 버디를 잡아내며 8언더파로 올라섰을 때만 해도 장은수(19), 서연정(22), 박지영(22) 등이 2타 앞선 공동 선두 그룹이었다.

기회를 엿보던 박신영은 11, 12번홀 연속 버디를 때리며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13∼17번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간 박신영은 18번홀(파5)에서 7m 퍼트를 떨궈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5번 아이언으로 티샷하고 3번 유틸리티 클럽으로 평소 자신 있는 50m 거리를 남겼던 게 주효했다. 세 번째 샷은 기대보다 짧았지만 이날따라 쏙쏙 빨려 들어간 오르막 훅 라인이라서 자신이 있었다고 박신영은 설명했다.

이 퍼트는 결국 우승 퍼트가 됐다.

박신영이 경기를 마쳤을 때 3타차였던 안나린(21)은 16, 17번 홀 연속 버디로 1타차까지 좁혔지만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쳤다.

18번홀 그린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박신영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지 1시간 만에서야 동료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고 비로소 활짝 웃었다.

박신영은 “오래 기다린 우승이었다. 평소 아버지가 캐디를 해주셨는데 이번 대회에 처음 전문 캐디를 썼다. 아버지가 밖에서 지켜보시니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기했다”면서 “고생하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우승 상금으로는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안나린과 서연정은 박신영에 1타차 공동 2위에 올라 시즌 최고 성적에 만족해야했다.

장은수, 허다빈(19) 두 새내기는 공동 4위(9언더파 207타)를 차지했다.

상금 순위 1위 김지현(26)은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13위(6언더파 210타)에 머물렀다. 김지현은 톱10 입상 행진이 4경기에서 중단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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