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3천800원 재정 고속도로의 1.2배…"비싸다" 지적도

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최근 가족 나들이로 포천 산정호수를 찾았다가 교통체증으로 고생했다. 상습 정체구간인 올림픽대로와 외곽순환도로를 겨우 빠져나왔지만 포천시로 가는 시내 도로 구간도 게걸음이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김씨 가족이 잠실에서 산정호수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

 그러나 새로 뚫리는 고속도로를 타면 산정호수까지 50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전망이다.

 김씨는 "서울 동부에 살다보니 교통체증이 무서워 경기 북부쪽 나들이는 엄두가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새 도로를 타고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동북부를 연결하는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이달 30일 개통한다.

 구리 토평동에서 포천 신북면까지 본선구간 44.6km와 포천시 소홀읍에서 양주시회암동을 연결하는 지선구간 6km를 4∼6차선으로 연결하는 도로다.

 수도권 동서를 가로지르거나 외곽을 도는 고속도로는 있었지만 수도권 동북부를관통하는 고속도로는 구리∼포천이 처음이다.

 27일, 개통 사흘을 앞두고 미리 달려본 구리∼포천 고속도로에는 막바지 개통 점검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재 공정률은 99.8%. 톨게이트 앞 차량 이동을 위해 뚫어놓은 중앙 분리막을 잇는 등의 마무리 공사가 끝나면 29일 준공하고 30일 0시부터 차량을 맞이한다.

 이 도로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자금을 대는 민자사업(BTO)으로 추진됐다.

 대우건설을 비롯해 태영건설, GS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포스코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8개 공구로 나눠 공사를 진행했다. 2012년 6월 착공에 들어가 준공까지 5년이 걸렸다. 2002년에 사업제안 시점부터 따지면 꼬박 15년에 걸친 대장정이다.

 건설사들 외에는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이 재무적 츨자사로, 한국도로공사가 운영 출자사로 각각 참여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앞으로 30년간 이 도로를 운영하면서 공사비를 회수한다. 정부가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은 없다. 그만큼 장래 수익성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고속도로에는 총 11개 나들목과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로 이어지는 1개의 분기점,2개의 휴게소가 설치됐다.

 고속도로 본선은 앞으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성남∼구리 구간과 연결된다. 양주지선은 수도권 제2외곽순환 고속도로로 활용돼 수도권 동북부지역과 거점도시 간 통행이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구리∼포천이 환경친화적인 도로라고 자랑했다.

 고속도로 주변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갈매지하차도에 폭 130m 규모의 대형 동물이동통로(Eco-bridge)를 시공했다.

 노선 내 터널(4개소, 약 7km) 전 구간에는 LED 조명으로 시공해 전력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조선시대 최대 규모 왕릉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동구릉 구간은 문화유산 가치보존을 위해 전 구간을 터널(구리터널)로 건설했다.

 무엇보다 이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그동안 만성 체증에 시달리던 수도권 동북부지역의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구리시청에서 포천시청까지 이동 거리가 종전에는 상습 정체구간인 서울외곽순환선, 국도 43호 등을 거쳐 1시간 10분가량 소요됐지만 앞으로 이 고속도로를 이용해 3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강남에서 포천까지의 이동 시간도 1시간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도로 주변에 개발된 서울 신내지구와 구리 갈매지구, 남양주 별내지구, 의정부 고산지구, 양주신도시 등 6개 택지지구는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돼 집값 상승 등 수혜가 기대된다.

 경기 북부의 유원지나 골프장 이용객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산정호수를 비롯해 아도니스·참밸리·레이크우드 등 골프장 등과의 접근성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의 교통난 해소는 물론 국립수목원, 산정호수 등 관광자원에 대한 접근성 개선으로 지역발전을 촉진하고 인근 지역 중소기업의 물류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행요금은 도로 시점인 남구리 나들목부터 종점인 신북 나들목까지 최장 구간 주행시(44.60km)시 승용차 기준 3천800원으로 책정됐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 고속도로 대비 1.19배 수준이다.

 구리포천고속도로 시공사업단의 대우건설 장승규 상무는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요금의 2.2배,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2.1배, 서울외곽순환도로는 1.74배에이른다"며 "구리∼포천 고속도로는 MRG가 없는 상태에서도 주민들이 민자도로 중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 사업에 대한 1조5천억원의 재금재조달로 요금인하 요인이 발생해 3천600원 이하로 책정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진모(41)씨는 "구리나 서울 강남 이동이 편리해질 것"이라면서도 "매일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요금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합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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