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풍경 바꾼 가뭄·폭염

▲ 가뭄과 폭염으로 밭작물 수확량이 줄면서 양파, 감자 등의 농산물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양파 1㎏ 가격은 1년 전보다 27.2%(422원) 오른 1천975원에 거래됐고 노지 감자는 1㎏당 2천910원에 팔리고 있다.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가뭄 탓에 작황이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청과물 재래시장 양파 도ㆍ소매점. 연합
“살게 없으니 이젠 마트를 와도 카트도 안끌고 다닙니다.”

지속되는 가뭄과 폭염으로 들썩이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가 대형마트의 장보는 풍경까지 갈아 치울 기세다.

26일 오후 4시 30분쯤 찾은 수원의 한 대형마트.

일찌감치 저녁 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특이한 점은 쇼핑용 카트가 아닌 바구니를 손에 든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

장을 보러 나온 이모(여·47)씨는 쇼핑카트가 아닌 바구니를 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요즘 1만원 들고 찬거리를 사려면 살게 없어요. 살게 없으니 카트를 끌고 다닐 이유가 없지요. 그나마 마트에서 세일행사할때나 좀 사지요”라며 폭등한 물가를 푸념했다.

옆에서 한손은 뒷짐을 진 채 무를 만져보던 정모(50)씨 역시 “서민물가를 대체적으로 내린다고 했는데 이렇게 농작물 가격까지 올라 걱정입니다. 가뭄으로 농가들이 입은 손해가 고스란히 구매자에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 마트에서 판매된 양파는 1.8㎏ 당 3천480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천980원 대비 19.7% 올랐다.

당근은 100g 당 390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가격이나 g당이 아닌 1개당(150~200g)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2배가까이 오른 셈이다.

풋고추 가격은 150~180g 1봉에 지난해 1천80원에서 1천480원으로 37% 급증했다.

1~2㎏ 1개에 1천300원 선이었던 무는 1천580원으로 21.5% 뛰었다.

오른 물가에 선듯 장보기가 두려운 것은 이 마트의 풍경만은 아니다.

화성의 한 마트 채소코너에서 감자를 고르던 김모(여·31)씨는 장바구니에 담은 뒤 양파 등을 고르다 이내 감자를 다시 내려 놓더니 다시 빈 바구니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간단히 감자국을 끓이더라도 감자와 양파, 대파 등 들어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녁 한끼 먹자도 수만원을 쓰느니 차라리 외식을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뀐 장바구니 풍경은 결국 결국 가뭄과 폭염으로 밭작물의 수확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갓 1㎏의 소매 가격은 평균 3천250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천769원 대비 1천481원이 올랐다.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간 평균치 1천769원과 비교해도 83.7%가 상승했다.

가뭄에 폭염이 겹치면서 노지 재배 수확량이 크게 준 게 원인이다.

양파와 당근, 풋고추 등도 같은 이유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올랐다.

양파 1㎏ 가격은 1년전 1천545원 보다 28.4% 오른 1천984원에 거래됐고, 당근 1㎏도 22.5% 비싼 3천322원에 판매됐다.

풋고추는 100g 당 961원으로 전년동기(844원) 대비 13.8%, 감자는 1㎏당 2천976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천535원에 비해 15.9% 각각 올랐다.

안경환·정경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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