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의 패러다임이 발 빠르게 변화함을 토머스 프러드먼이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라고 표현한 것처럼 세계는 점점 평면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는 디지털경제가 낳은 생산성향상의 수확물이기도 하다. 또한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면 낙오의 대열에 서게 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IBM회사다. 세계 초우량기업의 대명사였던 IBM이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으로 퇴락한 이유는 타사가 첨단소프트웨어, 작고 값싼 PC를 생산하는 동안 IBM은 신제품을 만들기보다 구형제품을 보완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리다 타임을 놓친 회사가 비단 IBM 뿐이겠는가? 또 이와 유사한 일이 있다. 영국에는 말이 유일한 수송수단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혁명을 지나면서 영국도 다른 나라처럼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터졌다.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6.4km로 제한하고, 그리고 마차는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는 규제 때문이었다. 당연히 자동차 산업은 독일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왜 자동차는 말과 차별화 돼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했을까. 명품 자동차를 우리가 머리에 떠오르는 건 죄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제로서 세계자동차시장에서 석권을 하게 된 것도 독일정부에서 중추기간산업으로 육성한 결과다. 여기에 안타까운 일이 하나 있다. 여건상 제한속도가 많은 한국도로에서 성이 차지 않은 젊은이들이 독일의 아우토반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다 사고를 내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일전에 한국능률협회 주최로 일행과 함께 일본 히든챔피언벤치마킹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비록 3박4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위기에 강한 조직문화와 그 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반세기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는 교세라의 경영철학은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었다. 특히 자동차 회사로서 유명한 도요다는 원래 방직기 회사로부터 출발했다. 이후 자동직기의 발명특허를 영국에 판돈을 기반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게 되고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게 된다.

무엇보다도 테크놀로지의 변천이 기업의 발전을 촉진시킨 원동력이 됐음을 증명한 셈이다. 기술의 변화와 축적을 얘기할 때 일본과 독일을 꼽지 않을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패망이후 재기할 수 있은 것도 전쟁 전에 공업시설 기반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독일은 전 세계 수출 3위를 마크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수출의 8.3%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몬 지몬은 “중소기업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숨은 챔피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독일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99.6%이며, 독일 노동인구 60%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변화돼야 하는 건 비단 기업뿐이랴.

필자의 가정 애기를 해서 뭐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하나 전언 드리고 싶다.

얼마 전 소천하신 부친은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 일본어 번역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결국 그 작품이 유작이 되고 말았지만, 강의, 번역, 시, 그림, 수필 등 다양한 문화적인 활동이 아버지에게는 삶을 지탱케 하는 모티브가 됐다. 생전에 늘 “하루하루가 환희의 날이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불현듯 음악사의 얽힌 얘기가 머리에 떠오른다. 교향곡의 아버지라 일컫는 하이든. ‘천지창조’를 비롯한 대부분의 곡이 밝고 활기찬 곡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제자들이 묻자 “ 여보게나, 하나님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하시는데, 왜 내가 기뻐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안승국 한국면세협회 실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