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야사/이창식·한동민/디자인 신원/454페이지

소설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원의 역사 이야기가 출간됐다. 이창식 전 언론인과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이 공저한 ‘수원야사’가 그것이다.

수원은 조선의 22대 임금 정조의 화성 신도시 건설부터 유구한 역사가 시작,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수원화성은 조선을 대표하는 새로운 도시로 성장했고 그 역사는 순종 황제때까지 이어졌다. 수원의 역사적 전통과 저력은 경부철도와 수여선, 수인선의 부설과 권업모범장, 농림학교의 설치로 농업과 물류의 메카로 급부상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36년간의 세월 동안에는 제암리 학살사건의 진원지가 될 정도로 가장 격렬한 독립운동지가 되기도 했다. 광복에 이은 전쟁에서는 화성의 문이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렇게 힘겨운 세월을 견뎌낸 수원은 실향민과 이농민의 유입으로 당시 인구 120만을 넘어선 유일한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여기에 힘입어 수원은 새마을운동의 또 다른 중심지가 되기도 했고, 원호원으로 인해 보훈의 상징도시가 되기도 했다. 경기도청의 원복 이후 가장 역동적이고 폭발적으로 인구 증가를 보인 도시 역시 수원이다. 수원은 한국 역사의 작은 축소판이었다.

역사적 변혁이 많은 곳일수록 숨겨진 역사, 즉 야사 역시 많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원의 야사는 시대의 격변 속에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기도 했고, 그대로 현재까지 휩쓸려 오기도 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이후 수원의 도시화 과정과 그 역사 속을 거쳐갔던 수많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경기문화재단의 지원과 수원화성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이 책은 도청의 이전과 신축에 관한 일화, 그 후 수원 내 언론사의 정착과정, 수원지역 정계 거목들의 이야기 등을 담아냈다. 또 당시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부터 신문기사, 책자, 심지어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각종 공문서까지 지금으로서는 매우 희귀한 실증자료들을 풍부하게 실어 눈길을 끈다.

수원 역사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건축물과 단체 등 유무형의 유산들 중 상당수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들을 상세히 다루며 재평가를 진행하기도 한다. 팔달산 회주도로에 위치한 JC회관, 신풍리에 자리한 용주사 수원 포교당, 수원의료원, 광교수영장 등 역사 속에서 크고작은 변화를 맞이했지만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장소들을 소개하고 맥락을 제시한 후, 재평가를 진행한다. 그렇게 정사 속에 없지만 현재를 있게 한 수원의 야사들을 폭넓게 소개하지만 때로는 치부 역시 과감하게 들춰낸다.

이 책은 수원을 좀 더 이해하게 만들면서 ‘수원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는 세간의 속설을 증명하는, 그러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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