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치러진 서울시 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86.2대 1을 기록했다. 지역제한이 없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합격하기가 그야말로 바늘구멍 뚫기다. 수많은 인재들이 수년 씩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하지만 학력이나 학벌, 지역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문이라는 점에서 공시 열풍은 거품이 아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올 하반기 공무원과 공공부문 인력선발부터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력서에 출신 학교와 지역을 기재하지 않고 오로지 그 사람의 실력과 됨됨이만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취업 시 비명문대 혹은 지방대 출신이거나 지역 차별을 겪어온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희망적인 소식이다. 백여 장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내고도 취업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아예 서류 심사에서부터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역 등의 선입견으로 인해 면접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이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력, 학벌, 지역차별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오래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고질병이다.

이러한 차별들이 블라이드 채용제로 사라진다면 우리 사회의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공공부문을 넘어 사기업에까지 블라인드 채용제가 실시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큰 틀까지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대학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과 사교육 모두 명문대 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에서 미래를 보장해주는 학연의 끈을 만들기 위해서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학연과 지연에 의해 움직이는 우리 사회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측면도 물론 있지만 소위 그들만의 엄격한 철옹성을 유지한 채 모든 기회를 독점하고 대물림해왔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부조리한 일들도 양산되어 왔었다. 대통령이 언급한 블라인드 채용제는 취업난 속에 차별을 겪어온 많은 사람들에게 단비와 같다. 우리는 늘 기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첫 출발선에서부터 차별하는 것을 묵인해 왔다. 블라인드 채용제가 더 이상 기득권의 프리미엄을 용인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가진 능력과 됨됨이로 평가받는 사회로 변화하는 첫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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