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도착날 당일배송 원칙… 1천개 중 10개만 내용확인

▲ 15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군 위문품인 시리얼로 위장해 미군 군사우편으로 들여온 필로폰을 공개했다. 사진=수원지검평택지청
미국 한인 교포가 260억원대의 봉지에 싼 마약을 단순히 시리얼 상자에 담아 美군사우편물 보내는 등 대담함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미(美)군사우편물은 시간적 물리적 제약으로 1~2%만 정밀 검사가 이뤄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16일 인천세관에 따르면 하루 500~1천여개의 미군행낭(파우치)이 인천공항 내 주한미군 군사우체국(Joint MilitaryMail Terminal)에 들어온다. 방수비닐로 된 가로 1.2m, 세로 50㎝ 파우치(행낭·최대 30㎏)안에는 통상 박스 5~10개가 담겨져 있다. 박스가 뒤죽박죽 겹쳐져 있어 X레이 검사가 어렵다.

통관 시간도 오후 1시30분부터 최대 3시까지로 정해져 있어 시간상 통상 10개 정도를 풀어 내용물을 검사할 수 있다.

통관 시간을 늘릴 수는 없다. 우체국내에는 미군 12명과 미군무원 12명이 입회하는데, 이들은 우편물을 한국 배송업체 차량에 싣고 각 미군기지로 발송한후 부대내로 복귀한 후 퇴근해야하기 때문이다. 우체국내에도 ‘작전중’ ‘검사 시간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푯말도 설치됐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검사시간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군 독촉이 잦고, 파우치를 풀 경우 귀찮아한다”고 했다.

미군사우편물이 인천공항 도착 당일 배송이 원칙인 점도 정밀검사를 어렵게한다.

이 관계자는 “행랑에 담긴 일반우편물의 경우 정밀검사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인천공항 도착 후 3일이 지나서야 배송될 때도 있다”면서 “미군우편물의 경우 곧바로 당일에 배송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정밀검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반우편물은 오전1회, 오후 2회, 야간 2회, 새벽 1회 등 사실상 24시간 통관작업이 진행된다.

이 관계자는 “대형 파우치에 담긴 국내 일반 우편물의 경우 모두 일일이 꺼내 검사한다”면서 “미군우편물과는 달리 세관이 주도적으로 검사해 미군우편물에 비해 불법물품 등이 국내로 반입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평택과 의정부 주한미군 기지내 미군 개인 군사우편함으로 260억원대 필로폰이 동시에 배달돼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적발 당시 위문품으로 보이도록 봉지에 싸여 시리얼 상자에 담긴 필로폰은 인천세관 내 주한미군 군사우체국에서 통관절차를 진행하던 세관 직원에게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세관 직원이 일정 시간대에 주한미군 군사우체국에 방문해 통관절차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일반 우편물보다 통관이 쉬울 것으로 예상하고 미군 군사우편을 이용해 마약밀수를 하려 한것 같다”면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준공되면 세관인력 증원 등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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